의지가 아니라 루틴
나는 2022년 1월에 시작한 달리기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내 삶 속 최고 유익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상당히 만족하고 있지만, 달리는 순간 자체는 여전히 쉽지 않다. 몸은 늘 무겁게 느껴지고, 호흡이 안 잡히는 날도 많으며, 속도도 기대만큼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달리기에서 분명히 발전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달리러 나가기까지의 과정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나 자신과 끝없는 씨름을 해야 했다.
“오늘은 그냥 쉴까? 있다가 저녁에 뛸까? 내일 좀 더 뛰면 되지 않을까?” 하기 싫다는 마음과 ‘결심했으니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머릿속에서 싸움을 벌였다. 약속이니까 억지로 지켜내긴 했지만, 늘 힘겨운 출발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아침에 달리러 나가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생각해 보니 이유는 수면 습관의 변화였다. 나는 원래 늦잠을 자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침마다 피곤하고 더 누워 있고 싶다는 유혹과 싸우곤 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술을 끊고,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방 밖에 두기 시작하면서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예전에는 주말에 술 한잔한 뒤 늦게 자고, 음주 후 건조함과 심박수 상승 때문에 뒤척이며 자주 깨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 기상은 개운하지 않았고, 주말 새벽 장거리 러닝은 늘 큰 부담이었다. 평일 역시 휴대폰을 보느라 늦게 잠들고, 아침엔 항상 피곤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늦지 않은 시간에 자연스럽게 잠들고, 상쾌하게 아침을 맞는다. 덕분에 조용한 아침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운동복을 입고 뛰러 나갈 준비를 하거나, 달리지 않는 날에도 아이들을 챙기며 여유롭게 아침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변화 덕분에 달리러 나가는 게 더 이상 큰 장벽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달리기를 삶 속에 습관화한다는 것은 본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힘든데, 여기에 ‘아침 기상’이라는 또 다른 장벽이 더해지면 난이도는 두 배가 된다.
그런데 나는 술을 끊고 휴대폰을 멀리 두는 저녁 루틴을 만들면서 아침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달리러 나가는 과정이 훨씬 단순해졌다.
물론 달리기를 시작하면 여전히 몸은 생각만큼 가볍지 않다. 현실의 달리기는 항상 도전이다.
하지만 변화된 수면 루틴 덕분에 이제는 아침 달리기가 완료해야 하는 숙제가 아닌, 기대되는 활동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