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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무는 연습

아이를 믿고 한걸음 물러서기

by Mindful Clara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도, 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세상보다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겠지? 세상은 늘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의 생각은, 종종 그 시절에 멈춰 있는 듯 하다.


예전에 우리가 ‘당연하다!’라고 믿었던 것들이 이제는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 일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나의 어린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환경이니까.

그런데 여전히 “내가 어릴 땐 이렇게 했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아이들에게는 그 것이 세상과 어긋난 방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지켜야 할 본질적인 가치들은 있다. 성실함, 꾸준함, 책임감 같은 것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건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불과 5년 전만 해도, 나는 ‘홈스쿨링’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애 사회성 떨어지게 왜 저럴까?'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100% 이해할 수 있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지식을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다. 아이가 원하는 활동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쏟으면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병행하는 등, 홈스쿨의 방식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하더라! 놀라웠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본인 관심사 안에서 자신을 개발해 나가고,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배운다.
그걸 ‘비정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배움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제도는 결국 1900년대 중반, 산업사회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규칙을 잘 지키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길러내는 구조.
그 속에서 여전히 '규칙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배우는 아이들, 그리고 여전히 '조심해라, 이건 안 된다'고 말하는 부모들.
지금 세상에는 너무 좁은 틀이아닐까?

**요즘 교육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We are still teaching kids for the world of the past.”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세상을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참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때는 무슨 일을 대할 때마다 큰일 같았고 실패하면 끝인 줄 알았다. 지금 그 시간을 돌아보면, 그건 그저 ‘성장 과정’일 뿐이었다.


40대가 되고 보니, 지금은 알거같다. 그 시절 내가 두려워했던 일들이, 사실 인생 전체로 보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그림자였다는 걸. 그때는 세상의 전부 같았지만, 그저 지나가는 계절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때 나보다 긴 인생을 살아본 부모님이, 이렇게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실수해도 돼. 힘들면 쉬었다해.”
그 한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엄청난 용기를 얻었을텐데...


이제 내가 부모가 되어 보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통제로 변하기 쉽다는 걸 안다.
남의 시선이 두려워서, 그저 아이가 걱정 된다는 이유로,
“그건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말은 밖에서 하지 마라”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아이의 의욕을 꺾어버리는지!


어린시절, 부모는 아이의 세상이다.

물론 부모 말을 잘 듣고, 부모가 의도하는 길로 가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통제 받을수록 의욕과 자신감을 잃고,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한다. 완벽하게 따르지도 못하고, 완벽하게 거스르지도 못한 채, 작은원망을 가슴 한켠에 품고 평생 살아간다.
나는 그걸 너무도 잘 알고있다.


나의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을 자주 해봐야 할거 같다.

무엇이 의미있는 일인지.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내 아이는 자유로워야 한다. 아이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잔소리 말고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내가 해야할 일이다. 입 다무는 연습..

부드럽게 지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

내가 좀 더 살아봤다고, “그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쉽게 하지 말자.
그 대신,
“괜찮아. 해봐. 난 니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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