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배
요즘은 아침마다 사과와 배를 자른다. 봄과 여름엔 복숭아와 베리류를 실컷 먹었지만, 가을이 된 지금은 제철 과일인 사과, 배, 석류등을 즐겨찾고있다.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는 시어지고 복숭아는 맛이 밍밍하며 가격 역시 비싸졌다. 반대로 사과와 배의 당도는 올라가고, 껍질도(석류의 경우에는 씨앗) 보드라워진다.
제철과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철 과일은 그 계절의 공기와 온도를 그대로 품고 있다.
무엇보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충분히 익었을 때 수확한 것을 먹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더 신선하고, 맛과 향이 진하다.
영양 면에서도 제철 과일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있다. 햇빛과 기온 그리고 토양에 맞춰 자라기 때문에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소가 가장 풍부하다.
예를 들어, 가을 제철 과일은 일교차로 인해 당도가 높고 항산화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차가워지는 날씨로 인해 면역력이 필요할 때 딱 필요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최애 가을 제철 과일은 서양배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몰랐다. '맛도 없는 과일을 왜 먹지?'...마트에서 판매될 때의 배는 꽤나 단단하고 달콤한 맛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번 구입해보니 요령이 생겼다.
서양배는 후숙과일이었다! 실온에 3~4일 두면 배가 스스로 익는다. 단단했던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전분이 당으로 바뀌며 달콤한 맛이 올라온다.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스스로를 익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
배를 사오면 며칠 동안 부엌 팬트리 안에 넣두었다가, 손으로 강하게 눌렀을 때 살짝 들어가는 느낌이 들면 냉장고로 옮긴다. (이 타이밍도 중요하다. 너무 과하게 익힌적도 많다.)
그때가 가장 달고, 즙이 많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조금의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만족스러운 가을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일이다.
제철 과일은 맛과 영양, 그리고 가격까지도 우리에게 유리하다. (생산량이 늘기 때문에.)
*아보카도, 복숭아, 메론, 서양배등의 후숙 과일은 우리의 관심과 관찰을 필요로 한다. 경험을 통해 적절한 익음 정도와 보관법을 터득하게 된다. 과일도 요리도 애정을 줘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