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가톨릭신자가 된 것이다. 대학 때 친구 따라 절에 다니기도 했고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가 열렬한 개신교신자였지만, 내가 택한 건 천주교였다. 세례성사에 이어 견진성사도 받았다. 성당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청년성서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왠지 모르게 천주교가 내 집이라고 느꼈고,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런 내가 심리학 공부를 하던 중에 마음챙김 명상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불교심리학에 관심 있던 차원을 넘어서, 매일 명상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적 갈등을 겪었다. '어, 나는 천주교신자인데... 이래도 되나?'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다. 심리학 수업이나 일반대중과의 만남에서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말할 때,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받게 되는 질문이다. 명상을 시작하면서 신앙을 버리게 되더라는 말도 듣는다. 이에 대해 나는 쉽고 명쾌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평신도로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한편으로는 개인이 찾아가는 여정인 측면이 있기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의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내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나는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명상수행을 통해서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가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책이 있다. 틱낫한 스님의 '살아 있는 붓다, 살아 있는 그리스도.' 예수님 상과 부처님 상을 나란히 제대에 모시고 기도한다는 스님의 말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법정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길상사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님과 명동성당 성탄미사에서 당신을 이곳으로 부르신 천주님의 뜻에 감사하다는 법정스님.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가 내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 이제 예전의 고민을 하지 않는다. 내 내면의 소리가 서서히 성장하고, 제도화된 종교가 갖는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교회를 존중하게 되고, 종교의 본질에 초점을 두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왔다. 여기에는 직간접적으로 만나게 된 가톨릭 수도자들에게서 받은 영감과 격려가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부처님이 좋고, 나의 천주교 신앙을 감사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