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른지 않은 일요일 아침인 줄 알았더니
일어나 보니 눈이 부실만큼 하얀 방.
예의 바른 외계인(지구인 입장에선 외계인일 테지)이 나에게 소원을 말해보라 한다면
뭐라고 하면 좋을까.
100억을 갖게 해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영원히 살게 해달라고 할까.
유명한 사람이 되어 인기와 부, 명예를 갖게 해 달라 수도 있겠다.
당장은 살부터 10킬로그램을 빼달라고 해보고 싶네.
피부과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연예인 피부도 갖고 싶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떠올라 어마어마한 글을 쓰는 인기 작가도 되고 싶고.
결혼 전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온갖 생각이 난무하는 이때 생각나는 게 있다.
어릴 때 '세 가지 소원'이라 동화를 읽으면서 결국 돈과 명예가 아닌, 부인의 코에서 커다란 소시지를 떼주라는 소원으로 마무리되는 걸 보고 결국 평범한 곳에 행복이 있나 싶다가도 왜 하필 부부싸움을 해가지고
소원권을 날리나도 싶었다.
그리고 여기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미련 없이 날려버린 한 남자가 있다.
그 이름은 '잭 스패로우'
이름처럼 마치 참새가 총총 걷는 양 특유의 흔들대는 몸짓으로 걷는 이 남자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시리즈 내내 그 느낌은 계속된다.
치사하고 더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씨 썩 괜찮은 진짜 해적.
선장보다는 모험을 사랑하는 해적의 느낌이 강한 '잭 스패로우'
인어의 섬에서 젊음의 샘을 찾고 블랙 펄과 다른 배까지 손에 넣은 그는
왜 영생의 소원을 빌지 않았냐는 깁스의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언젠지 모르는 게 나아. 그래야 삶이 신비롭고 재미있지."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영화와 소설에선 평범한 삶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라딘'에서 알라딘은 세 가지 소원 중 마지막 소원으로 '지니'의 해방을 이루었다.
영화 '패밀리맨'에서도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는 첫사랑과의 가정을 이룬 모습을 경험하며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최근 읽은 소설 <동동>에서도 전 재산을 바쳐가며 서포트한 아이돌을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주인공 목은탁은 소원을 빈다.
늘 과거보다 미래가 낫다면서 생각하며 살았다.
미래를 모르기에 기대가 되었고, 오늘보단 더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설사 더 힘든 미래를 경험하게 된다 하더라도
자꾸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게 되는 게 미래니까.
한동안은 비슷한 삶이 계속되는 것 같아 힘들기도 했지만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
해적도 앞으로의 삶이 더 기대되고 신비롭다지 않은가.
그에게 고마워졌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기대하게 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