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심플했다
좀처럼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다.
내게 일요일은 그런 것이다.
심리적이 안정감과 늦잠을 자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토요일 밤.
이 밤의 끝을 잡고 있어도 충분히 좋은 주말의 밤.
별다른 계획 없이도 괜찮은 하루.
뻐근한 허리를 곧추 세우고 일어난 일요일의 아침이 벌써 11시를 넘어간 게 원투데이가 아니다.
자유로웠다는 해방감과 아쉽다는 허무함이 공존하는 아침.
대략 아점을 먹고 오후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일요일.
이번주는 기어이 만들어낸 친구들과의 약속에 8시에 스타벅스에 갈 수 있었다.
각자의 시간과 인생 속에서 걸어가야 하는 우리는 어느 한 지점을 교집합 삼아 만나고야 말았다.
일요일이지만 지역 축제 준비 때문에 출근해야 하는 공무원 남편을 둔 친구는 1시 30분엔 일어나야 하는 일정이었다. 이 친구가 단톡방을 나갔던 친구다. 샤넬 백을 선물한 친구는 김밥을 싸놓고 버스를 타고 왔다.
평소 같으면 엄마 어디 가냐며 눈물을 글썽였을 어린 딸이 그날 따라 엄마에게 잘 다녀오라고, 친구들 만나면 고기도 먹고 커피도 마시라며 고사리 손을 흔들었다고 했다.
아이들과 조카가 일어나기 전 과일 샐러드와 또띠야 피자를 부랴부랴 만들었다.
감자껍질을 벗기고, 배추를 썰어 올려놓고 피자 치즈로 둔갑시키고 난 후 식탁에 올렸다.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8시의 일요일 아침.
생각보다 청량하고 분주했다.
우리 셋은 스타벅스의 첫 손님으로 모여 앉았다.
이윽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지만 우리는 붙박이처럼 앉아서 끝없는 천일야화를 펼쳤다.
커피와 허니자몽블랙티, 한 잔의 뜨거운 물.
에그 샌드위치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끝없는 이야기를 했다.
맛집을 찾을 필요도 번화가를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마흔이 넘은 친구들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되었다.
"왜 자주 만나지 않았을까? 그냥 이렇게 보면 되잖아. 각 잡고 만나지 말고, 이렇게 갑자기 불현듯 보자."
아이의 방수 팬티부터 입시, 아파트 대출금 이야기까지 장르도 방대한 대하드라마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계속되었다. 일 이야기, 아이 이야기, 우리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시계를 본 우리는 이제 겨우 오후 2시가 되어감을 보았다.
우리 나이도 그런 나이겠지.
아직 지지 않은 오후 2시 같은 그런 나이.
햇살이 아직 가득해서 어둠이 오지 않은.
잠깐 낮잠을 자도 쉬어가도 해가 한참이나 곁에 있는 시간말이다.
아침에 그녀들을 만나고 헤어진 게 마치 꿈결처럼 아득했다.
이렇게 간단한걸 왜 안 한 거지.
일요일이 아직 한참이나 남은 걸 보며 색다른 마음이 들었다.
월요일이 이대로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에 불안했던 마음속 응어리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긴 시간의 일요일을 보내는 것.
월요일을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
새삼스레 느낌표를 찍는 마음이 좀 괜찮다.
낮잠을 잤다.
편안했다. 꿈을 꾸었다.
몽롱한 느낌의 일요일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