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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스러운 인간

식물이야기

by 마음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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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학자로만 알려져 있는 장 앙리 파브르가 실제로는 식물학자이자 철학가, 문학가로 프랑스에서 더 유명한 학자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의 생애를 보면 첫째 부인과 아이들의 죽음이 점철된 삶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친구를 보면 존 스튜어트 밀, 찰스 다윈, 파스퇴르 등이다.

지적인 인물들과의 교제,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심.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시대에도 많은 나이였을 50세에 꿈을 이룬 사람.

생계를 위해 교사가 되어 수십 년을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러면서도 꿈을 놓지 않은 위대한 사람.

85세에도 번역가가 되는 할아버지가 계시고 70세 배우신 한글로 75세엔 시인으로 데뷔한 할머니도 계시다는데 그 옛날에도 파브르 같은 분이 있었구나 싶으니 꿈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껴졌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과연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2권까지 구입하진 않았다.

하지만 2권까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히드라'와 산호의 꽃처럼 생긴 부분인 '폴립'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어미 히드라는 새끼 히드라의 소화 주머니와 이어져 있는 부분을 언제 가는 끊어서 독립을 시키는데 어미 폴립을 이것을 끊지 않는다. 끝까지 함께 사는 공동체이다.

정말 우리 인간들과 많이 닮았다.

특히 대한민국의 부모 자녀관계를 보면 정말 각자의 개체로 끊어지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정서상도 그렇고 심리적으로 그렇다.

아들을 아직 한 가정으로 가장으로 놓지 못하는 어머니가 있을 수도 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이 필요한 워킹맘, 워킹대디가 있을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시켜서 진정한 어른이 되게 하는 게 교육의 본질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순간은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게 당연지사다.

학원을 어찌 선택하고 보내야 할지부터 방학이면 남들은 캠프 보낸다는데 난 너무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순간 불안해지는 게 엄마다.

선택과 집중, 가지치기를 잘해야 하는데 한바탕 휩쓸렸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과연 나는 히드라형 엄마인가, 폴립형 엄마인가?

작금의 형태를 보면 폴립형 엄마이다.

근 2년 동안은 혼자서 빈 둥지 증후군을 겪으며 어린 시절 아이들 사진만 바라봤다.

현실에 내 아이들이 있는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더 이상 내 힘으로 안아 올릴 수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쉬워했다.

이렇게 커나가는 모습도 대견하고 이쁜데 자꾸 뒤를 돌아보며 추억하곤 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주장이 생기고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을 잘 크고 있는 모습이니 좋아했어야 하는데 거의 10년 이상의 껌딱지 육아맘은 그것이 쉽지 않았다.

이젠 마냥 아이가 아니면서 동시에 아직도 아이인 그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삶을 같이 지낼 수 있음에 행복하지만 그런 기분을 느꼈더랬다.

내 품 안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채워서 내보낼 준비를 하는 시기인데 추억에만 젖을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번득 든다.

히드라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굳이 나누지 말자.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보단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히드라 같은 엄마일 수도 있고 폴립 같은 엄마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많은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찌 보면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엄마 역할을 그렇게 무 자르듯 하지 말자. 때론 히드라처럼 강하게 때론 폴립처럼 다정하게 안아주자.

결국 힘들 때 베이스캠프가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평생 끼고 산다긴 보단 얼마 만에 만나건 사랑하는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히드라와 폴립에 관한 다 두 장의 페이지에서도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 파브르는 수많은 세월을 자연과 함께하면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을까.




내 손에 들어오는 식물들은 죽어나간다.

다행인지 운명인지 친구에게 선물 받은 금전수와 몬스테라는 꿋꿋이 살아있다.

그들을 보며 또 느낀다.

그래, 내 옆에 붙어있는 생명들을 사랑해 주자.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니던가.

식물들도 움직인다. 식물들도 동물들과 같다. 둘은 형제이다.

동물처럼 식물도 살아 있고, 먹으며, 자손을 남기기 기 때문이다.

그들도 각자 할 일이 있고 삶의 의미가 있다.

식물을 보며 나를 또 돌아보게 된다.

다시 한번 자연을 보고 겸손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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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왼쪽) 산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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