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은 왜 점점 많아지는가

요즘 사람들은 왜 이토록 쉽게 상처받을까

by 잡생각 수집가

조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흥분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다들 멈칫한다.
"어… 저 사람도 화를 내는구나."
그 순간이 바로 ‘역린’이 건드려진 때다.


IT 보안 업계엔 유독 그런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취약점 분석, 솔루션 운영, 침해대응, 규제대응—
전문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는 만큼,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체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정체성의 울타리가 점점 좁고 날카로워지고 있는 듯하다.
조금만 다른 의견이 나와도
"그건 내 선이야" 하고 바로 방어막이 올라간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왜 이렇게 다들 역린이 많은 걸까?


그런데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
“요즘 애들은 말이야…”
“우리 땐 안 그랬어.”
“참을성을 좀 배워야 돼.”

놀라운 건, 이 말이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2000년, 수메르 점토판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너무 무례하고, 권위를 존중하지 않으며, 말을 가볍게 여긴다.”
rZV7dN3k%3D



“요즘 것들”이라는 말은 인류가 언어를 쓰기 시작한 그때부터 존재했다.

그러니까 문제는 ‘요즘 세대’가 아니라,
언제나 ‘그 나이대’의 사람이 존재했고,
그걸 보는 ‘이전 세대’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분명 달라진 것도 있다.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정체성’을
깃허브, 브런치, 링크드인에 전시하며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찔릴 수 있는 상태로 살아간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속도는
실시간 채팅, 오픈카톡, 디스코드 등을 통해
감정 반응까지 즉시 유통시키고,
그게 때로는 파열음을 만든다.


이건 단순히 젊은 세대의 문제도,
나이 든 세대의 꼰대성도 아니다.
그냥 지금 이 시대의 구조 자체가
모두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예전엔 ‘그걸 모르세요?’ 같은 말이
당연하게 튀어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내가 아는 게 전부였고,
모르면 틀린 사람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그게 틀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 거다.

많이 알수록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누구에게나 역린은 있다.
예전보다 더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시대가 나빠진 게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지키고 싶어하는 시대라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칼을 꺼낸 채 대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심스레 되묻는다.
혹시 나도 누군가의 역린을 모르고 밟고 있진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 같은 사람이 작가일 리 없다고 느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