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리뷰
이란 영화 최초로 제84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 제61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을 하여 더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내어 이 복잡함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반전을 더하는 영화의 흐름은 추리 스릴러가 아님에도 충분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해석에 따른 차이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야기의 전말.
이민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혼을 청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씨민은 집을 나가고 부부는 별거 상태에 놓이게 된다. 씨민이 떠나자 익숙하지 않은 집안일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나데르. 그래서 간병인 라지에를 고용한다. 돌발스러운 상황으로 인한 종교적 이유로 일을 거부하는 라지에를 겨우 설득하여 일을 하게 되지만 여의치 않아 라지에의 남편이 대신 일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빚쟁이들에 의해 감옥을 가게 되면서 다시 라지에 가 일을 하게 되는데, 임신한 몸으로 일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어느 날, 라지에 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서 나데르는 라지에를 해고한다. 라지에의 유산소식과 나데르의 살인죄 기소 소식이 들려오며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마는데..
편견을 수놓은 사회의 위선
해고하는 과정에서 당한 폭행으로 인해 유산되었다고 주장하는 라지에 와 임산부인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며 결백하다는 주장을 하는 나데르의 대립이 점차 격해진다. 이슬람에서는 4개월의 태아는 인간을 판단하며 라지에 남편의 분노 또한 커져갔다. 따라서 라지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나데르는 살인죄가 인정되어 감옥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사람들의 중재에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는 씨만이 나서며 점차 해결점을 찾아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사회에 얽힌 차별과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의 무게.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가 나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중산층의 분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는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제대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소수의 권력을 위해 자의적인 종교해석을 통해 여성인권과 계급에 따른 인권 탄압으로 개인의 의견을 묵살하는 방식을 택한다. 보다 간편하고 권력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규약이 엄격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모순은 사람들을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의미한 투쟁의 반복은 사회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졌다. 언제쯤이면 '을'들의 투쟁은 사라질까.
무의미한 투쟁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사회 문제 제기.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연민의 시선보다는 다소 날카로운 시선으로 펼쳐내는 영화는 가족의 문제, 계급 간의 갈등, 신앙인의 갈등에서 더 나아가 이란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룬다. 그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의 투쟁이 그토록 무의미해 보일 수 없었다. 그들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여러 가지 사연이 얽혀 갈등이 일어나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던 종교가 이제는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사람을 규정하고 차별하며 목숨까지 앗아가게 하는 어긋난 종교의 흐름이 적합한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의 위선을 가지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상기시킨다. 어긋된 사상이 이미 고착화되어버렸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의식에서 나아가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 바로 이번 연도에 개봉한 영화 <드림팰리스>이다.
https://brunch.co.kr/@mindirrle/275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전 작품
https://brunch.co.kr/@mindirrle/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