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입니다-동시 부문
“저기 좀 보세요!
나뭇잎이 바람에 찰랑거려요.”
창턱에 걸터앉은 아이가 소리쳤다.
“얘,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어른 1이 화를 발칵 냈다.
“바람이야 늘 부는 걸, 너도 참 별스럽구나.”
어른 2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람도 선선한데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요?”
어른 3이 어른 2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뭐? 태풍이 온다고? 언제? 오늘?”
어른 4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볐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단 말이야.”
어른 5는 혀를 끌끌 찼다.
“우와, 멋지다! 꼭 고래가 춤추는 것 같아.”
마침 창 밑을 지나가던 여우 씨가 감탄했다.
창밖에는 바람이 불고
어른들의 잔소리가 따분해진 아이는
여우 씨와 춤추는 고래와 산딸기가 있는 숲속으로
포로롱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