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9시에 했다.
하지만 감정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눈은 뜨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멍하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아무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
내 감정은 늘 늦게 출근한다.
가끔은 책상에 앉아
10분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
메일함을 열고,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려고 해도
마음이 뒤따라오지 않는다.
슬프지도,
피곤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이 없다.
감정이 텅 비어 있다.
사무실에 사람들이 하나둘 출근해있었다.
모두들 평소처럼 앉아 일하는 것 같지만,
왠지 그 안에서도 감정이 지각한 사람들이 보였다.
표정은 멀쩡한데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사람들.
그들은 아마 지금
'일은 해야지'와
'아직 일하고 싶지 않아' 사이를
오가고 있을 것이다.
회의가 시작됐다.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는다.
"이번 주 일정 정리해볼게요."
"협력사 회신은 아직이고요."
"이 건은 수요일까지 마감해야 됩니다."
모두가 말을 하는데
그 안에 감정은 없다.
목소리는 출근했지만,
감정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에 나는
그냥 기계처럼 앉아 있는 사람이 된다.
이메일을 쓰고,
지난 회의록을 다시 보고,
시스템에 무언가를 입력한다.
그런데 그 모든 행동 속에
나는 없다.
그럴 때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어쩌다 이 자리에 있지?'
하는 생각들이 문득 떠오른다.
언젠가부터 나는
월요일엔 감정이 늦게 출근한다는 걸 받아들였다.
억지로 끌고 오려하지 않고,
그저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내게 말을 건다.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
"오늘 하루, 꼭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말들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나면
감정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조금 늦긴 했지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금 늦게 출근한 감정과 함께
조용히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