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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Mirror Oct 18. 2021

마음의 자유

# 내게 우울증이 있었던가?

뭘 해도 안 될 것 같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해 매일매일 괴로운 지옥 속으로 나 자신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던 때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우울증이란 늪에서 벗어나고 있던 2013년 짝꿍의 인연으로 일상에서의 명상법을 가르쳐 주실 수 있는 스님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명상을 통해 나 자신을 한 발자국 떨어져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자 놀랍게도 우울증이란 녀석은 따뜻한 햇살에 눈이 녹듯이 흔적도 없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명상 8년 차가 된 지금은 '내게 우울증이 있었던가?'하고 그때 당시의 괴롭고 어려웠던 마음이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명상 수련을 시작하면서 내 삶의 질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일고 스러지던 감정의 기복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명상 수련 5년 만에 이런 기분 처음이야

2013년에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5년에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명상법을 배웠다. 그렇게 일상에서 명상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로는 일상생활에서 감정의 변화를 크게 겪은 적이 별로 없다. 그러다가 2017년 회사에 들어갔고, 홍보 영상 제작 관련 업무를 맡게 되었다. 광고주가 요구하는 영상의 편집 방향을 영상 감독에게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광고주는 보통 이상으로 까다로우면서 무리한 요구를 해 왔고, 당시에 같이 작업한 영상 감독은 그런 광고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어려운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약속된 편집 날짜를 계속 지키지 못하는 감독과 약속된 일정을 재촉하는 광고주 사이에서 서서히 스트레스가 쌓였다. 당시 상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 명상 시작하고 이렇게  스트레스받은 적은 처음이네요.


감정 기복이 심하진 않았지만,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기가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러서 결국 명상법을 사사해 주신 스님께 도움을 청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었다.


# 화가 난다, 자각한다, 그러면 사라진다

대학 4학년,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 네 식구는 다시 같이 살게 되었다. 가족과 거리를 두고 자유롭게 살던 내가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와 다시 살게 되면서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화가 났다. 특별히 화를 낼 일이 없는 일상의 소재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못마땅해하는 부분을 강요하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온갖 잡동사니들을 집안 곳곳에 쌓아 두고 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나는 엄마 얼굴만 보면 '제발 좀 버리라'라고 울부짖었고 그런 내게 엄마는 '필요할 때가 있다'며 버리기를 거부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택배 배송 업무를 하기 위해 운전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활비를 벌어 영양가 없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와 늦게 일어나면서 집안일이라곤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딸을 먹여 살리던 엄마는 그런 딸이 못마땅해 잔소리를 하곤 했다. 엄마와 한 번 부딪히고 화가 나기 시작하면 눈을 마주치는 것도 싫어서 방문을 쾅 닫고는 방에 들어가 모든 소통의 통로를 차단해 버렸다. 고3 이후로 엄마와 웃으면서 오랜 시간 대화를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명상을 시작한 지 4년, 그리고 일상의 명상 수련을 연습한 지 2년쯤 지나던 시점의 어느 명절 연휴였다. 엄마와 단 둘이 뒷산으로 산책을 갔다.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고, 다행히 올라갈 때까지는 감정의 변화가 크게 없었다. 그런데 정상에서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심기를 건드리는 불편한 주제로 넘어가 버렸고, 또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일상에서 연습한 명상이 빛을 발했다. 


'뭐야? 지금 화가 내려고 하잖아. 그만그만. 지금까지 잘 왔는데. 이렇게 웃으면서 엄마와 대화해 본 게 얼마만이야? 제발 그 화 넣어 둬 넣어둬~'


화를 내려고 하는 마음이 감지됐고, 알아차리는 그 순간 마음을 가다듬고 화 내려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화를 내지 않고 엄마와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내가 명상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을만한 어떤 큰 사건이 있거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평생 엄마와는 원수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거나 내가 직접 이 세상의 끝을 결정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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