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의 싸우는 모습을 보며 늘 생각했다. 나는 절대 결혼이란 거 하지 말아야지. 저렇게 맨날 싸우기만 하려면 뭐 하러 같이 살아?
20대까지는 내 인생에 결혼은 없지만 아이는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졌다. 내 인생의 일부가 아이에 의해 다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서 내 자유가 아이에 의해 줄어들 것 같아서. 아이를 가지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한 생명을 책임지기에 내 인생은 스스로의 인생 하나를 책임지기에도 너무나 버거웠다.
그렇게 싱글맘에 대한 꿈은 접었다. 하지만 결혼 생각이 없었을 뿐, 연애할 생각까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서른 살까지 열일곱 살에 만난 첫사랑과의 1년 연애가 최장 연애 기간이었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중간중간 썸을 타거나 만난 사람이 있었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연애 관계에서 늘 도망쳤다.
그러다가 30대 초반에 지금의 짝꿍을 만나 30대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나와 함께 엄마 집에 가고, 나 역시 짝꿍과 함께 짝꿍의 부모님 집에 같이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며칠을 머물고 오기도 한다.
어느 날 엄마는 내게 물었다.
"너 진짜 결혼 안 할 거야?
"응, 안 해. 엄마 내가 왜 결혼 안 하려는 줄 알아?"
"왜?"
"나한테 잔소리하는 사람은 엄마 한 명으로도 충분해."
사실 짝꿍도 내게 엄마 못지않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라서 이미 두 명의 엄마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결혼을 하게 되어 시부모님의 전화까지 받을 생각을 하면 상상만으로도 정말 힘들다. 지금은 결혼 안 할 거냐 라는 질문이지만 결혼을 하면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라는 질문으로 자동으로 바뀔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