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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Mirror Oct 13. 2021

이태리 여행이 내게 남긴 것

2011년 여름 변경연 7기 연구원으로 1년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하는 수업 여행. 우리가 가는 곳은 이탈리아였다. 처음 가는 이탈리아 여행이었지만 떠나기 전 여행이 기대되거나 설레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무거운 중압감을 안고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밀라노에 도착해 이탈리아를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스로르체스코성,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는 산타 마리아 델리 그라치에 성당, 스칼라 극장 등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만났다. 



첫째 날을 제외하고  매일 강렬한 태양 빛 속에서 올려본 이탈리아의 하늘과 구름 그리고 그늘에만 들어가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건물 벽에 걸려 있는 빨래,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시장, 도서관 등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 엄마와의 부딪침, 되는 일 없음,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압박감 등 현실에 닥쳐 있는 어려움들이 여행에서 오는 어떠한 것도 내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게 소통의 통로를 꽉 막고 있는 것 같았다.


5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내게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 준 것은 이런 낯설고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이 아니었다. 둘째 날부터 매일 밤 '사랑'이라는 주제로 진행 수업이었다. 매일 밤 우리는 각자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내내 만났던 첫사랑이 나를 떠났고, 첫사랑이 남긴 아픔의 그림자는 대학에 가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도 진지하고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계속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게 만들었다. 나를 떠나버린 첫사랑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여행에서 나의 지난 사랑에 관해 입 밖으로 꺼내면서 첫사랑이 떠난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지금처럼 우울하고 어두운 나의 에너지를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나하고 말이다.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사랑이 아무리 다가와도 외면하거나 도망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하나보다. 조금 더 에너지가 넘치고,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삶의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해외에 나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매년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는 열망 역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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