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의 꿈은 구본형 선생님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작가가 되고 싶었고, 구본형 선생님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서 3개월 혹은 1년에 한 번씩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첨단 기술을 뜻하는 디지털과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물과 목초를 따라 살아가는 유목민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노트북 하나와 무선인터넷 환경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2013년에 처음 꾼 꿈이었지만, 책은 쓸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 들었다. 책을 통해 내가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태가 되었다. 여러 번 책 기획안을 썼으나, 스스로가 설득될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그런 기획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간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멈추었다. 그 시간은 지금까지의 나를 새로운 나로 탈바꿈하는 시기였다. 명상을 시작했고, 스님들 곁에 있으면서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잠에서 덜 깬 채로 예불을 드렸고, 예불이 끝나면 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그리고 도량을 청소하는 등 울력이 끝나면, 스님들이 만들어 주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을 했다. 하루 종일 회사 일을 하며 중간중간 일상 중에 명상을 하며,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고, 칼퇴근을 하고 저녁에 절로 돌아와 저녁 예불에 참가하거나 명상요가 수업을 들었다. 이런 생활을 몇 년간 했다.
그러던 중 스님들의 거처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늘 스님들이 계시던 절 가까이에서 지내던 나에게 주어졌던 수행자의 일상이 일반인의 일상처럼 변하게 되었다. 아침 늦잠을 자기 시작했고, 주말에 잠깐 몰아서 보던 드라마가 일상에 들어왔으며, 몇 년간 없던 저녁 약속이 하나 둘 늘어났다.
스님들이 새롭게 자리 잡으신 절 옆에 100평의 땅을 샀다. 그리고 그곳에 집을 짓고 언젠가 이곳에 내려와서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첫 번째 경제적 목표가 생겼고, 두 번째는 나이가 들고 서울을 떠나 시골에 와서 살아도 계속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등이 갖추어진 디지털 환경만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의 꿈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몇 년 전과 달리 더욱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 것이다.
마침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고, 우연히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온라인 가게인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하게 되었다. 함께 살고 있는 짝꿍과 함께 스마트 스토어 운영을 시작했고, 처음에 배운 것에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접목해 하나 둘 시도하며 매출을 조금씩 올려가는 중이다.
몇 년간 수행하며 꿈틀대지 않던 '본질,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오랜 습관' 역시 다시 찾아왔다. 짝꿍이 스마트 스토어에 몰두하는 순간에도 나는 계속 디지털노마드를 완성하기 위한 다른 것들을 하나둘 시도했다. 쿠팡 파트너스, PDF 전자책, 네이버 엑스퍼트, 전문 블로거 등 온라인 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의 강의를 찾아다녔고, 시도했으나 얼마 못 가 다 실패하거나, 시도를 멈추었다.
그러던 중 다시 시작된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 지난 2년간 실패했는데, 이번에 세 번째 도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꿈의 불씨가 스마트 스토어와 작가라는 두 가지로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