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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Oct 26. 2021

가을은 똥냄새가 난다

설렘을 찾아서

가을은 똥냄새가 난다. 인도에 하나 가득 노란 똥이 으깨져 있다. 그 똥을 피하기 위해 어지간히 애를 써본다. 한 번 잘못 밟으면 집까지 냄새가 따라와 곤욕을 치른다. 그렇기에 아이들과 걸을 때면 지뢰 피하듯 조심조심 노란 똥을 열심히 피해 간다. 서로 옆으로 살짝 밀치며 걷는 놀이를 할 때면 깔깔깔 웃음이 난다.  


    

너는 언제부터 나에게 그런 존재였을까?

지금은 가을이 되면, 피하고 싶은 노란 똥으로 은행나무를 떠올리지만 젊은 시절엔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노란 은행나무로  떠올렸다. 가을이 오면 마음 가득 따뜻해지는 노오란 은행나무와 열정 가득 해지는 빠알간 단풍나무 구경을 가곤 했다. 온통 화려한 색을 뽐내며 서있는 이들 사이에 덩달아 내 마음도 설렜다. 그때는 '가을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쓸쓸히 지는 가을날도 설레던 때였다.


노래 가삿말에도 가을의 낭만은 숨겨져 있었다.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그때는 덕수궁 돌담길이 너무나 걷고 싶었다.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노란 은행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그곳에서 마냥 웃고 마주 앉으면 너무나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똥냄새 따윈 개의치 않았으리라. 그저 좋았던, 그저 설레었던 젊은 시절의 찬란했던 가을이 그렇게 지나갔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내 인생은 지금, 어디쯤 와있을까. 노란 은행이 아름답게 여겨지던 인생의 봄을 지나 이제 가을 초입 즈음일까. 가을과 함께 설레기 충분했던 은행나무를 똥냄새로만 떠올린다면 은행나무가 너무 슬프겠지. 은행나무가 너무 심 상하겠지.

마흔이 되어보니 ..

설렘이라는 감정을 누릴 기회가 줄어든다.


하지만

설렘은 지금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감정.

이번 주말.. 덕수궁 돌담길이나 걸어볼까?     


p.s. 덕수궁 돌담길은 가을과 어울리는 노래 같은데, 이 가사가 담긴 ‘광화문 연가’ 노래는 눈 내리는 겨울날도 이야기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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