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듕쌤 Mar 25. 2024

'인자강'? 나는 과연 처음부터 강한 사람이었을까

'역시'라는 말을 듣기까지

최근 브런치에 올렸던 글이 구글 메인화면에 실리면서 조회수가 고공상승했다.


구글을 딱 켰는데 내 사진이 최 상단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의외로 "와! 대박!" 이런 생각보다 "뭐야? 도용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들어왔을 정도로 오랜만에 올린 글이 포털 메인에 걸릴 것이란 건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이 내용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더니 오래 알고 지낸 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역시! 민듕언니!"


누군가는 그냥 흘려보냈을 이 메시지가 나에게는 너무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그간의 노력 때문이지 않았을까.


'역시'


이 한마디는 타인이 보기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저 흘러가는 칭찬의 하나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그동안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는, '나'라는 인간이 그래도 이 정도의 의미는 갖고 있다는 최소한의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코끝이 찡해지기까지 했다.




나의 이전 브런치북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거다. 나의 질하고 슬픈 과거사.


지금의 내 모습만 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내가 그렇게 우울하고, 비굴하고, 안타까운 시간을 지내왔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신감 없이 방황하는 2~30대 동생들을 바라보면 그 마음이 어떠할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다~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자신들은 영원히 그런 암울한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미운 내 모습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나는 사실 타고나기를 노력파로 태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 주어진 능력에 비해 욕심이 가득해서 노력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그야말로 악바리였다.


그러나 희망이 큰 만큼 절망도 큰 법.


성적이 괜찮게 나왔던 어린 시절의 나는 노력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세상을 내 맘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책상 앞을 벗어나 진짜 몸으로 부딪혀본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노력한다고 다 되지도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벽에 좌절되기 일쑤였다.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패배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던 난 점차 환경을 탓하기 시작했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아니 주어지지 않은 것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내겐 왜 부유한 부모님이 없을까, 나는 왜 키가 작은 거지? 나는 왜 예쁘지도 않고 몸매가 좋지도 않은 거지? 나는 왜...


원망은 원망을 낳았고 결국은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그저 그런 못난 사람이니까."


아마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평생, 죽을 때까지 갖고 살지도 모른다. 자신에겐 주어진 것이 없어 이렇게 살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참으로 이상한 건 이런 좌절과 절망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할수록 늘어나고 결국엔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왜?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게 뭐가 잘못됐는데 나한테서 모든 걸 빼앗아 가는 건데?


잘못된 건 얻고자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라는 걸.


포기하면 좌절도 없다?


'인자강'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인간 자체가 강함의 줄임말인데, 이 말에는 저 사람은 원래 강해서 그렇고 '나는 자체가 강하지 않으니 저렇게는 못돼'라는 사고가 포함되어 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 내가 친구들과 만나면 종종 듣는 말들이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할 때 꽤나 자주 쓰던 말이기도 하다.


포기를 하는 이유는 노력해도 바뀌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흔히 사용하는 이 '포기'해도 된다는 사고가 뿌리 깊게 못 박혀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다니거나 조직문화가 뼛속까지 심어져 있는 곳에서 나 하나가 바뀐다고 변하는 것은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작은 행동들을 바꿔나가는 것을 습관화하다 보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태어날 때 몸무게 2.6kg

키순서로 반에서 1~2번

저체중

연 2~3회 독감으로 인한 결석

거북목, 하지불안증

짧고 통통한 하체

빈약한 상체


이런 것들이 어린 시절의 나를 정의하던 단어들이다.


내가 만약 나는 인간 자체가 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살았더라면?


미친등짝

턱걸이 신

몸짱

예쁜골반

운동천재


지금 내가 듣는 이런 수식어는 평생 듣지 못하고 살았을 수도 있다.


변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평생 그저 그런 낙오자로 살게 될 뿐이라고 확신한다.


변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이 지금부터 조금씩 바뀔 거라는 것, 그리고 아주 먼 미래에 후회 없이 멋진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는 걸 나는 확신한다.

작가의 이전글 러닝머신 위를 걷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