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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22. 2024

5. 돈에 대해 생각하다.

생존에 두려움이 들 때

  그날 이후 K와 자주 만났다. 우리는 주로 카페와 공원 벤치에서 만났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되도록 밥은 같이 먹지 않았다. 각자 원룸에서 식사를 하고, 식사 시간을 피해서 만났다. 처음엔 왜 우리가 이 꼴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K가 회사에서 왜 그 꼴을 겪는지에 대해 나의 생각을 말해 주었다. 직설적이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말과 행동, 자신의 성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심,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인한 여유 없음 등을 제시했다. K는 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주위사람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정신병자로 만들었다는 것, 그들이 더욱 이기적이라고 반박했다. 나 역시 너무 배려가 없다. 그리고 K는 내게 말했다. 형이야 말로 내가 만난 본 사람들 중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서 왜 우리가 이 꼴이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회사를 마친 금요일 오후였다. 나는 K에 전화를 걸고 오늘 쉬는 날인지 물었다. K는 2교대를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다. K는 운동을 같이하고 무한리필 고깃집에 갈 것을 제안했다. 나는 돈 걱정이 되었지만 그러자고 흔쾌히 그 제안을 승낙했다.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날 여유가 있었나 보다. 우리는 삼겹살 중심으로 고기를 먹었다. 고기를 실컷 먹고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현실을 나아지게 할 것인가 진지하게 논의했다. 결론은 나이스하게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회사를 떠난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돈이었다. 결국 삶은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는 모아 둔 돈이 얼마 없다. 나는 10여 년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약간의 모아둔 자금이 있다. K는 빚이 좀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쓰면서 버티는 전략을 새웠다. 이렇게 회사를 다니며 불행한 것보다 조금 먹고, 조금 쓰면서 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만 같았다. 나는 내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한 달에 나는 약 50만 원 정도를 소비하고 있었다. 회사를 안 다니면, 점심 값을 아낄 수 있다. 그럼 35만 원 정도로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지금 모아 둔 돈으로는 약 5년은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내 인생의 목표가 죽지 않고 생존하는 것이었나?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다. 행복하고  싶다. 나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나는 K에게 그냥 버티는 것이 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K도 공감했다. 그리고 우리는 생존 방법을 각자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돈을 버는 방법을 책에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K는 자신의 주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 본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에 만나서 각자 조사한 것을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다. 


  잘 먹어야 한다. 잘 씻어야 한다. 이야기할 친구가 있어야 한다. 혼자 집에서 누워만 있어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 고기를 실컷 먹고, 씻고 밖에 나와서 친구와 이야기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다음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돈 버는 방법에 관한 책 5권을 빌렸다. 사업을 하는 법, 투자하는 법, 회사 생활에서 돈을 버는 법 등 그 분야에서 많이 팔렸던 책 위주로 골랐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나는 나아질 수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계속 믿었다. 그렇게 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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