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ADHD의 각종 증상들과 진단을 놓치기 쉬운 상황들을
저와 제 가족의 경험담을 통한 이야기에 담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체계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성인 ADHD를 설명드리기 위해
문답형식으로 풀어가봅니다.
@. 성인 ADHD는 ADHD이지 왜 따로 명칭이 있나요?
불과 10여 년 전 만해도 ADHD를 “과행동과 산만함”이라는 보이는 행동 특성이 두드러진 질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과행동이 심한 남자아이들 위주로 진단이 되고 치료를 받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ADHD의 핵심은 그것이 아닌 겁니다.
뇌의 조율과 제어 기능이 안 되는 것이 핵심 문제였죠.
ADHD 핵심 특성은 있지만 과행동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문제가 나타나는 편입니다.
눈에 띄는 행동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부주의함도 본인의 성격같이 보이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숨기기 때문에 소아기 ADHD와는 다른 질환 같이 보입니다. 따라서 성인 ADHD는 소아기와 별개의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그럼 왜 성인이 되어 문제가 나타나는 건가요?
딱히 드러나는 문제 행동이 없으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문제로 보지 않기에 병원 방문까지 이어지지는 않지요. 하지만 문제가 안으로 나타나고 있을 것입니다. ADHD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형태로 말이죠.
멈추지 않는 공상과 생각들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눈치 없거나 엉뚱하다는 평가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외부 평가와 실제 내면과의 괴리로 멘붕이 오고
반복되는 작은 실수나 상대방의 의도를 잘 못 이해하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앞선 걱정이 심해지고
늘 주변의 기대를 실망시키는 것 같은 생각에 사람들이 떠날 것 같은 걱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으로..
딱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지금껏 뭐 하나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느낌과 허무함. 그리고 그로 인한 자신감 저하와 의욕 상실.
좋아하는 것에만 꽂히고 다른 것은 다 놓아버리거나
다 시시해. 다 귀찮아. 허무해.
너무 과한 진지함, 책임감. 그리고 쌓여가는 세상 불만. "사람들은.. 세상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아침에 세상 기분 좋다가도 그날 밤엔 지하 3층. 도대체 왜?
이렇게 심각하지만 심하지 않은 듯, 부분적으로 나타납니다. 그게 쌓이고 쌓이다가 2차원의 학창 시절에서 3차원의 고등 학창 시절, 4차원, 5차원, 그리고 복합 차원의 사회 생활에서 적응이라는 문제로 한계가 나타납니다.
@. 그렇다면 성인 때라도 잘 진단 받으면 되는데 왜 진단이 어렵다고 하나요?
위에서 말씀드린 증상은 공황 장애처럼 "짠" 나타나는 게 아니라 야금 야금 쌓여서 나타나니까요.
그래서 내 “느린” “게으른” “눈치 없는” “자신감 없는” 성격처럼 여깁니다. 어쩔 수 없는 내 구조적인 문제로 확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적응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더라도...
1) 강박적 걱정 2) 공황 3) 의욕 저하와 우울증 4) 친구 문제 5) 가족의 불신에 대한 화 6) 게으른 성격 7) 허무주의 8) 새로운 생활의 적응 문제 9) 불면증
이와 같은 당시에 겪고 있는 문제 위주로 호소하다 보니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 증상이 치료에 호전 되기 때문에 바탕에 깔려있는 1차 문제인 ADHD 를 더 찾아보지 않게 됩니다. 저도 우울증이나 강박, 스트레스 등으로 장기간 치료하다가 결국 ADHD로 진단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아마 다수의 분들은 두어 달 우울, 불안증 진단으로 치료 후, 기분이 나아져서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고, 힘든 문제가 생길 때만, 그때 그때, 그 무렵에 살고 있는 곳 근처의 병원으로 가다 보면 위에 언급한 1)~~~ 9)의 루프를 반복하고 있을 것입니다.
@. ADHD가 있으면 실제 머리도 나쁘고 능력이 떨어지는 건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아동기에 그리고 더 이른 나이에 진단받는 경우는 그만큼 ADHD 증상이 심하다고 볼 수 있기에 일찍 진단됩니다. 그래서 언어, 운동, 학습, 사회 발달에 약간 손상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과행동과 충동성으로 학업 수행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동기 환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지능이 일반 군에 비해 낮습니다. (통계상 약간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 아동기 진단 환아가 꼭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닙니다.)
한편, 성인기에 진단받는 분들은 일반 군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절대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할 일이 아닙니다! 제게 오신 분들 중에서도 머리가 나쁘다면서 지능 검사하고 싶다고 왔는데 결국 지능 문제는 전혀 없었고 ADHD로 인한 문제인 것을 알게 된 분들이 많습니다.
지능이 높거나 특정 분야에 탁월한 재능이나 감수성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그 경우, 그런 능력을 통해 어려움이나 부적응을 보완하기 때문에 더 진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 위에서 ADHD가 그냥 집중이 안되고 과행동이 있는 것으로 설명이 안되고 더 본질적인 특징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뭔가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각 파트별로 열심히 악보대로 연주를 하긴 하지만 조화가 깨지고 그 원래 음악으로 들리지 않겠지요.
즉, [지휘자의 부재 또는 매니져 부재] 이것이 ADHD의 본질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행동이. 의욕이. 감각 반응이. 각 각 기능은 하는데 서로 박자가 안 맞습니다.
생각보다 즉각적 행동이 앞서면서 후회하고,
계획과 의도는 좋은데 몸과 입이 다르게 반응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데, 생각만 주구장창 하다가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하고,
시작을 시켜주는 Q 사인이 없거나 푹~ 빠지는 이슈가 없으면 뭐라도 시작하기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각 파트의 기능을 제어해서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기능이 잘 안 되는 질환이 ADHD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진단을 받아야하는지에 관하여 연재를 이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