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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Aug 03. 2023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까지

아이의 특별함 발견하기

나는 호기심이 많고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학창 시절에도 좋아하는 과목이 너무 많아서 대학교에 가서 무슨 전공을 택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초등학교 때에는 6학년 담임선생님이 합주부 선생님이셔서 콘트라베이스와 타악기를 연주했는데 음악을 연주하는 기쁨을 경험했다. 중학교 때는 무용부였는데 지금도 플래시 댄스 음악을 듣거나 호프만의 뱃노래를 들을 때면 몸이 저절로 반응하며 춤을 추게 된다. 고등학교 때에는 생물반이었고 진지하게 과학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다 좋아한다는 것이다. 유치원과 저학년 때까지의 희망 직업은 발레리나와 피아니스트였다. 점차 커나가면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음악가보다는 음악애호가의 삶을 꿈꾸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때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동시통역사가 멋져 보였고, 정의를 수호하는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 싶기도 했다.


한마디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모든 과목을 다 배우고 가르치는 초등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어 시간에는 시인이 될 수 있고,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를 가르칠 때에는 동시 통역사가 될 수 있는 일! 음악 시간에는 피아노를 치며 함께 노래하고, 체육 시간에는  땀 흘리며 운동장을 돈다. 가끔 누가 무슨 잘못을 했나 아이들이 투덜댈 때는 원치 않는 조사를 하며 교실 속 경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님들에게는 상담사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교직에 들어와서는 여름 방학, 겨울 방학을 통해 초등학교에서 다루는 수많은 과목에 대한 교과지식, 최신 교수법들을 연수 받으며 배우는 즐거움을 느꼈다. 와! 이렇게 좋은 것들을 다 공짜로 가르쳐  준다고? 영어와 과학, 음악과 연수를  들으며 방학 내내 공부를 하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배움을 사랑하는 동료 선생님들을 보며 도전 의식도 생기고 에너지도 얻었다.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지식을 전달해야 학습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 늘 고민하게 된다. 오랫동안 이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된 영업 비밀이 있디. 이것이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걸 학생들이 느끼게 하려면 내가 먼저 진심으로 그것을 좋아하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사실!

좋은 음악이나 문학 작품을 발견하면 난 얼른 그것을 우리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그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 멋진 그림을 보면 미술 시간에 우리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어린이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너무 신나는 일이다. 사실 저경력 교사일 때에는 내가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수업을 잘할 수 있고 학급 운영을 그야말로 잘 경영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 세상에 대해 좀 더 배우게 되고, 교직의 연차가 더해질수록 내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함, 특별함, 반짝임에 대한 발견이 교사가 해야 할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게 되면 더 잘 보인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칭찬할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 자신을 용서할수록, 아이들의 행동에 더욱 허용적이 된다. 나의 흉허물을 인정하고 그런 내 모습조차 사랑할 때 우리 반 친구들의 모습도 더 예뻐 보인다.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미안함을 표현할수록 더 많은 사랑을 주고받게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다.

나는 이제 무엇을 더 배워서 나를 성장시키는데 더이상 관심이 없다. 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타인에게 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은 나를 사랑한 다음에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나와 더 친해질수록, 나에 대해 여유로워질수록 더 좋은 사람, 더 멋진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나에게 곁을 내준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남도 더 사랑할 수 있다. 내게 친절해지면 아이들에게도 더 친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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