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계단

PART 4. (p.155) 인생의 계단에도 가끔 쉼표가 필요하다

by 마고캐런


나는 계단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우아하게 차를 마셔도 되는데 이상하게 계단에 앉으면 정리가 잘 된다. 지금 내가 대한민국에서 복층 오피스텔에 사는 이유다. 계단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은 내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있는 것 같다.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그날도 나는 핀란드 헬싱키 성당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무수히 도로를 오고 간다. 나는 오전부터 돌아다닌 루트를 점검하며 지도를 보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내가 걸을 때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가 아파서 앉으면 멈춘 시선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내가 음료수를 챙겨서 계단에 앉은 것은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서 잠시 지도를 자세히 보려고 앉은 것이다. 그런데 그 계단에서 한 시간째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다보고 있다. 무조건 걷는 것이 여행이 아니란 걸 그때 알았다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도시의 빌딩 숲을 보면서 사진도 찍는다. 도로에는 사람들이 걷고 있고 길 건너 가게에도 손님들이 있다. 뒤에 있는 헬싱키의 랜드마크인 웅장한 성당에 들어가서 앉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성당 안 예배 의자가 아닌 입구 대리석 계단에 앉아 반나절이나 보내고 말았다.


그 시간 이후로 여행하면서 자주 계단 앞에서 멈춘다. 그때의 마음 그대로 우리집 계단에 앉으면 저절로 여행이 이어지는 듯하다. 내 몸은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 있지만 마음은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


사람의 인생에도 계단이 있다. 우리는 오르고 싶지 않아도 올라가야 한다. 나의 길은 고속도로보다 비포장도로이거나 오솔길일 때가 많았다. 차라리 잘 깎이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계단이라면 좋겠다. 사는 건 다리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일이다. 계단을 오를 때는 아픈지도 모르고 올라간다. 중간쯤에서 숨을 헥

헥 쉬다가 두리번거린다.


내 인생의 계단은 내가 만들고 높이도 내가 정하고 멈추는 것도 내 힘으로 하고 싶다. 남보다 자신을 보면서 가야 한다. 음악을 짧게 끊어주는 스타카토처럼 내 인생의 계단에도 가끔 쉼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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