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여행은 내면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발버둥

(p.233) 진짜 여행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by 마고캐런


올해도 몇 군데 생각한 여행지가 있었고 얼리버드 숙소까지 예약해 두었는데 보이스피싱으로 여행 경비를 어처구니없이 날리는 바람에 당분간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됐다. 내가 지혜롭지 못해 일어난 일이지만 억울한 마음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가지는 못하지만 매일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듯 여행 같은 일상을 만들어갔다.


아날로그 여행자인 나는 ‘꼰대’라고 하는 이 시대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소통할 공간조차 갖지 않은 폐쇄된 디지털 낙오자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따라가지는 못해도 여행으로 쌓은 디딤돌을 인생의 훈장처럼 수시로 꺼내볼 수는 있다. 돌아보니 나에게 여행은 내면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발버둥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힘든 ‘현재’로부터 나를 건져 올려 ‘미래’로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안다.

진짜 여행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려고 당장의 순간으로부터 달아난다고 해서 다른 공간에서 편안해질 수 없다. 그것은 잠시 낯선 시공간이 주는 착각이다. 조용한 절망의 시간이 될지라도, 내면의 사나운 폭풍우는 내가 잠재워야 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만족할 줄 몰랐던 나의 에고는 반복되는 여행으로 삶에 공허감만 누적되고 있었다. 물론 그 모두가 그때의 나에게는 절실해서 떠난 여행이었지만.


이제 나에게 여행이란?

인생을 변화시키는 연료다.


세상에 대한 내 경험의 진실함은 영혼이 알고 내 삶이 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참으로 긴 여행이었다. 이제 나에게 고요한 공간과 오직 나만을 위한 소소한 시간들을 허락해주자. 행복을 찾아 멀리 세상을 떠돌던 파랑새는 스스로 새장 속으로 돌아왔고, 새장 안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이유 없는 세계여행은 끝났고 나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저와 함께한 작은 여행을 통해

당신의 가슴에 큰 사랑이 채워졌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2020년 10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KO 문학나눔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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