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가? 왜 사는가? 이런 고민은 명상을 시작하면서 하게 되는 질문이다. 정말 나는 누구인가. 그러나 이건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답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약한 존재에 대한 갈망은 어떤 정의와 해석에도 명쾌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나’ 때문에 내가 힘들어한 시간은 정말 질기고 길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해서 침대에 누우면 이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 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왜 또 깨어났을까 한숨을 쉬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많았다. 내면에 가득한 공허를 채우기 위해 나는 시간과 돈 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즐거움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특히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과 미식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먹고 마시는 소모적인 생활은 기본이었다. 해외여행 중에 좋은 와인을 사오면 밤새 수다를 떨면서 먹고 마셨다. 나의 화려한 싱글라이프는 여러 사람이 부러워했지만, 나는 내적으로 깊은 방황을 하고 있었다. 방황에 대한 보상은 여행 아니면 죽음이라는 극과 극의 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어떻게 오늘 하루를 잘 살 것인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를 어느날 발견했다. 양자생물학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쪼개고 쪼개면 공기 중에 떠도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고 내가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다. 나 역시 타인 보다 스스로 자신을 무시하며 내 삶을 밀어내고 있었고 행복한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나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물위에 돌을 던지면 일어나는 파문처럼 우리는 생겼다가 사라질 인생을 살고 있다. 그것도 모르고 치열하게 살아온 '불쌍한' 나를 만나게 해준 것이 바로 명상이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인데, 아무 상관없는 현재에 너무 많은 생각으로 괴로워하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보였다.
내 인생에 숨어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당신은 목표를 확실히 적을 수 있는가?
한번은 독서모임에서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매 일 적어서 공유하는 미션을 한 적이 있었다. 시작해 보니 목표는 적을 때마다 단어가 조금씩 바뀌거나 목록 순위가 변동되었다. 이럴 수가! 인생의 목표가 중심도 없이 단어 몇 개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인생의 정확한 목표도 없이 살고 있었단 말인가. 충격적이었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사업도 확장하면서 모험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삶에 대한 정확한 목표가 없었다. 미션이 끝나는 날까지 나의 리스 트는 메모만 난무할 뿐 마무리되지 않았다. 결국 몇 주를 더 고민한 후에야 목록의 빈칸을 채울 수 있었 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인생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책만 읽어도 사람의 마음은 바뀐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인생이 아니다. 과연 삭제키를 누른 파일을 휴지통에서 복원시켜 다른 파일로 이름을 바꾸어 저장한다고 새로운 인생이 될까. 자신이 남긴 흔적은 자신이 잘 안다. 원하는 삶을 책으로 배우던 경험으로 알게 되던 내면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진짜 나를 만나야 한다.
그래서 명상을 한다. 세계적으로 정신적 영향력 을 가지고 지도자의 길을 가는 영적 스승들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바로 삶의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것이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 모든 시간을 멈추고 날 것 그대로의 내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로렌스 크레인은 <자기사랑>에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아니면 내면에 존재하는 직감적인 부분에 영감을 주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것을 찾기 위해 태어났고 살아가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기 위해 온 것이다.” 라고 했다.
나 역시 외부로 드러나는 삶에 집착하였고, 세계일주 목록에 의미를 두고 모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며 삶의 목적을 거기에서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행복은 그런 리스트가 해결해 주지 못했다. 유목여행자로 변화무쌍한 여정을 걸어온 내가 '머무는' 삶에 빠져든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명상 때문이다.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마법처럼 마음속으로 스며들었고, 코로나 펜데믹에 오히려 나의 일상은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을 향해 마음의 나침반을 맞출 수 있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