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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Sep 02. 2021

[Travel Note] 인도명상 체험 후기

5) 마음을 변화시키는 북명상 이야기


30대 초반 두 번째 인도여행길에  올랐다. 나는 뭄바이에서 2박 3일에 걸쳐 남쪽 지역으로 이동하여 만난 (도시이름은 생각나지 않 지만) 명상센터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간은 미스테리다. 정기적으로 진 행하는 10일간의 무료 명상 프로그램인데 묵언 수행을 원칙으로 했다. 배정받은 숙소의 창문에  유일하게 부착된 영어는 'Be silent'였다. 그 곳 에서는 '침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규칙이었고  아무도 대화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룸메이트로  배정된 금발의 여행자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한 내용이 많았지만 아무 질문도 할 수 없었 다. 국적도 나이도 이름도 모른 채 우리는 10일 을 같은 공간에서 지냈다. 간이침대 2개만 놓인  작은 방에는 전기불도 없는, 아니 전등은 달려 있는데 당시 인도의 형편상 수시로 정전이 되어 서 방에는 빛이 없었다.  


일어나면 간단히 씻고 식당에 가서 채식단의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에는 잠깐 쉬다가 정해진 시간에 맞춰 대리석 바닥으로 된 명상홀에서 명상을 시작한다.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나면 전깃불이 있을 때 얼른 씻고 침대에 눕는다.


정말 먹고 자고 명상하는 일상이 전부였던 그 곳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일은 대리석 바닥에 눕는 일이었다. 인도 남부의 날씨는 태양에 달구어진 지열로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 날씨였다. 섭씨 40도에 가까운 체감온도에 냉방시설 하나 없는 건물에서 가장 시원한 지 점은 차가운 대리석에 최대한 밀착하는 것이었 다. 대리석에 방석을 깔고 앉으면 그 순간만큼은 인도의 천국이었다.  


명상을 시작할 때는 음악을 틀어준다. 마스터는 영어로 명상에 대해 설명하지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나는 옆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하거나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앉았다. 힌디  억양이 섞여 들리는 인도식 영어에 누구 한명 질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다들 모든  영어를 이해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나만의 시간.  

오롯이 나한테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


 그 때 나는 마음의 평화가 어떤 상태인지 내면의 환희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하루 2번 제공하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대리석 바닥에 앉아서 명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가만히 앉아 있는 건 힘들었지만 3일째가 되 니 적응이 되었다. 4일째부터는 몸이 힘들다는 생각보다 마음의 느낌이 달라졌다. 알수 없는  슬픔이 올라왔고 북받쳐 오는 감정에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3일째부터 울기 시작해서 마지막 날까지 울었다.


처음에는 흐느끼듯이 조용히 울었다. 그러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고 나는 가슴에서 뻥 터진  폭발물 같은 굉음을 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내면에서 어마 무시한 시한폭탄이 터진 것 같은 고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누가 들으면 큰 슬픔을  당한 사람이거나 엄청나게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처럼 울었던 것이다. 소리만 들으면 사람의 울음이 아니라 짐승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괴성에 나도 놀랐지만 멈출수가 없었다. 전 세계에서 온 침묵하는 150여명의 다국적 여행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소리가 컸지만 아무도 나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고마웠다.  


30여분을 그렇게 대성통곡을 하니 진행자가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울음을 참으려고  꺼~억 꺼~억 하는 소리에 나도 힘들었는데 밖에서 편하게 울라고 해주는 침묵의 배려였다. 입구  계단에 앉아 고개를 드니 바로 앞에 검은 바위산이 보였다. 갑자기 높은 산을 보니 내 인생을 가 로막은 장애물들이 생각나서 더 크게 울었다.


시간이 지나고 눈물이 약해지자 홀 안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명상은 나를 바라보라고 하는데 모두가 울고 있다. 누구를 위해  흘리는 눈물일까. 명상 홀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인도의 전통 악기와 힌디어로 여자가 부르는 구슬픈 멜로디다. 음악 소리가 슬퍼서 우는 걸까. 그렇다면 주변에 슬픈 음악이 얼마나 많은가. 음악이 슬프다고 짐승처럼 운적은 나도 없다. 명상을 하면서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린 건 나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내가 왜 울었는지 무엇이 그리 슬펐는지 나는 모른다. 기억은 사라졌고 눈물로 정화된 감정만 맑게 남아 있었다. 명상의 세계가 과학의  접근으로 밝혀진 비밀은 많지만 여전히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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