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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Aug 25. 2021

코로나의 진화, 마음방역

4) 마음을 변화시키는 북명상 이야기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내 인생 안에 있기 때문에

내 인생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 조 바이텔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  




코로나는 나에게만 닥친 일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위로가 된다. 내가 코로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 워크홀릭의 삶을 살면서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시작될 때 마음은 불안했지만 몸은 편했다. 예전과 달리 밤샘할 일이 없어지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지금까지 나에게 집이란 매일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 락커 같은 곳이었는데 처음으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임에 감사했다. 잦은 해외출장으로 방에 캐리어는 여기저기 뒹굴고 계절이 다른 나라를 출장 다니느라 사계절 옷이 항상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일년의 반은 한국에 있고 반은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시차로 낮밤이 뒤바뀐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내 몸 은 번아웃이 되었고 건강은 극도로 나빠졌다. 그러나 병원 갈 시간조차 없는 삶을 살다가 코로나가 준 멈춤 의 시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낯선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초반에 시작한 책 쓰기 덕분에 여름에는  에세이 한권을 출간하기도 했다.


요새 뭐하니?

책 읽어.

지금 뭐하니?

책 쓰는 중이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여유는 코로나가 남긴 의외의 혜택이었다. 코로나 초반에는 장기화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는 미루고 미루었던 오지여행을 살짝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오염 없는 청정한 나라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오지 트레킹 전문 여행사에 근무하는 선배언 니한테 전화를 했다.


"언니, 잘 지내죠. 이번 여름에 천산산맥으로 여행 가고 싶은데 예약할 수 있나요?”

"너는 한국에 사는  간첩이니? 지금 코로나로 비행기 안 뜬지가 언제인데 여행갈 생각을 하니”


유럽 상황만 지켜본 나는 히말라야 지역이나 내몽고, 티벳 같은 광활한 대자연의 나라는 크게 영향이 없을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카드 할부를 해서라도 여행을 갈려고 한 건데, 뭐 비행기가 안 뜬고?


그렇다.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하늘을 날기만 하면 수익이 되는 비행기가 날지 못하는 이유는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심각한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이 망하게 생겼고 나의 여행도 모두 끝났다.


지구촌 여행자가 동시에 발길을 멈추다니.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추석 이후였다. 겨울 비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상황의 진전이  전혀 보이지 않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건강을 위한 휴식처로 생각한 집콕 생활은 홈캉스가 아 니라 감옥이 되어갔다.


유럽은 배낭여행과 직장인들의 휴가철인 여름에만 바빴기 때문에 비수기의 불안한 생활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비수기에 허리띠 졸라매고 기다리면 성수기가 오기 때문에 몇 달 힘들다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사스에 메르스까지 수시로 여행업을 강타하는 위기 상황에도 잘 버텨낸 내성인자가 있어 처음부터 불안해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진짜 끝난 것이다.

이렇게 사업도 여행도 인생도 끝나는 것인가?


마음 방역


만약 내가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매일 불안한 상태로 있었다면 코로나가 던진 폭풍에 휘말려 나도 모르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책이 사람을 바 꾼다는 말처럼 코로나가 준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성 장의 기회를 주었다. 스스로 마음의 근력을 단련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무너질 수 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코로나는 더 심각해졌지만 언제 백신을  맞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언젠 가는 종료될 것을 믿지만 말라가는 오아시스의 물줄기를 위태롭게 바라보는 하루하루의 심정을 어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사막에 불어 닥치는 모래바람에 나는 눈을 뜨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다.


심하게 마음이 불안한 날에는 아무리 책을 붙잡고 있어도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집중력 제로 상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정독을 하지만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 다. 아마도 한 권만 보면 지루하거나 집중력이 빨리 결여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책의 종류를 바꾸면서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체력적으로 허리가 아프거 나 중간에 배가 고프거나 독서에만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배고픔은 먹고 해결이 되지만 흐려진 집중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도저히 회복이 안 될 때는 만화를 연속으로 보면서 잠시 다른 세상을 갔다 오기도 한다.  


마이클 브라운은 <현존 수업>에서 “현존수업은 당신이 이미 가고 있는 현존과 현 순간의 자각 한 가운데를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의 연장일 뿐이다”고 했다. 이 문장 덕분에 지금 나는 캐리어 대신 책을 들고 떠나는 일상의 여행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우주에 머무는 여행자다.


전 세계 뉴에이지 분야의 떠오르는 인류의 영적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에크하르트 톨레는 <고요함의 지혜>에서 “묘비에 새겨질 태어난 날과 죽은 날 사이에 들어갈 5센티미터 정도의 선, 그런 손가락만한 직선뿐인데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없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사람한테는 충격적인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 펜데믹에 크게 위로가 된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육체도 어느 공간에 잠들지,  어디에 뿌려질지 모르는 한줌의 가루 같은 존재인데 너무 집착하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 이다. 나 역시 우주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임에  틀림없다. 나도 드넓은 우주의 작은 소행성인 지구에서 소용돌이치는 삶을 살면서 폭풍전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명상적 자기탐구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100일 동안 같은 분야의 책을 15권 읽는 미션을 해보니, 어떤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말해 주었다. 코로나에 도서구입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나의 관심도서도 거의 명상 서적이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었다.


아디야샨티는 <참된 명상> 에서 “자기의 내면을 들 여다보면서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깊이 아무 제한 없이 탐구해 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명상은 진실의 시간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 말로 혼자 힘으로 발견하려는 의지가 중요하고 그런 고요히  앉아 있는 시간”을 우리는 필요로 한다. 그의 책 마지막  인터뷰 부분에 나오는 "깨어나는 것은 비범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특히 인상적 이었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고

나를 배려한 삶을 사는 것이 나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다.


데일 카네기는 타인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적 지도자들은 사랑이 없는 행동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먼저 사랑이 넘치는 일상을 실현하고 그에 따른 인간관계를 형성하라고 그들은 조언한다. 되돌아 보면 나의 삶은 사랑받지도 못했고 사랑하지도 못했 다. 그래서 오랫동안 분노하는 삶을 살았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누구의 사랑도 믿지 못했다, 내 가 나를 믿지 못하니 나의 사랑도 믿지 못하게 되고  그 어떤 사랑도 나와는 무관한 단어가 되었다.  


이런 내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저항없이 나를  용서하면서부터다. 결과적으로 명상적 탐구를 통한  자기성찰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랑의 연습도 몇 주 만에 또는 몇 달 만에 생기는 변화는 아니었다. 여전히 1만 시간의 법칙을 생각 하며 오늘도 명상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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