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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Sep 09. 2021

[Travel Note] 미국 세도나 명상 트레킹 후기

7) 나를 치유한 북명상의 시작

나는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여행자였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네이티브 발음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뉴욕 맨하탄의 화려한 불빛과 달리 브룩클린 다리를 건너자마자 들어선 첫 번째 골목의 주택가에서 나의 아메리칸 드림은 구겨진 맥주 캔처럼 찌그러졌다.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거나 양복 입은 신사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의 풍경처럼 멋져 보였다. 그러나 뉴욕 할렘가의 지저분한 골목은 미국이 쏘아 올린 불꽃놀이에 벼락이 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을 3번 가고 나서야 나의 아메리칸 드림은 번개 맞은 영혼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영국에 도착한 첫날 호텔 체크인을 하면서 혀 좀 굴렸다고 무시 당한 반듯한 영국영어 앞에 기는 죽었지만 여행지로 미국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어떤 기사 하나가 다시 미국행 티켓을 예약하게  만들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지구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나오는 신비스러운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캘리포니아 북부 어느 마을도 해당이 되지만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는 도시는 '세도나'라는 기사였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운동 선수들도 거기 가서 체력도 회복할 겸 장기간 휴식을 한다는 내용도 검색이 되었다.


세도나는 미국 중부 애리조나 주의 사막지대에 위치해 있다. 사막 여행은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는 것이 적응하기 좋을 것 같아 겨울잠을 자러 가는 마음으로 설날 연휴 기간으로 예약했다. 애리조나의 주도인 피닉스 공항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시원한 냉방 덕분에 1월의 사막기후를 상상할 수 없다. 짐을 찾고 예약한 셔틀을 타기 위해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훅~ 하고 사막 바람이 뜨겁게 인사한다. 1월인 데 이렇게 덥단 말인가.


세도나까지 세시간 가량 달려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은 사하라 사막처럼 황색의 모래 언덕이 아니라 키가 큰 선인장이 듬성듬성 자라는 초록의 사막이었다.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주택들은 선인장 높이보다 작거나 야자수 아래 잘 지어진 영화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세도나에  들어서면서 확연히 달라지는 풍경은 도시를 감싸고 있는 붉은 바위(Red Rock)들이다. 사막의  도시 세도나의 첫인상은 인도의 30년 후 내지는 50년 후에나 볼 수 있을 첨단의 미래 도시 같았다. 내가 인도남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경험했던 눈물의 명상체험을 여전히 기억하지만 거기에서 본 검은 바위산이 이곳에서는 붉은 바위로 바뀌어 있었다.


기사를 보고 호기심에 도착한 세도나 붉은 바위들의 인상은 강렬했다. 누가 일부러 조각을 한  것처럼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세도나의 붉은 절경은 멀리서 날아온 여행자의 피로를 한 번에 사라지게 했다. 지구에너지가 품어내는 좋은 기운 때문일까. 시차 적응도 체력 회복도 상당히 빨랐다. 체류하는 동안 매일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트레킹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바위산과 함께 트레킹 코스도 워낙 많아 게으른 여행자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세도나에서의 일정은 새벽에 일출을 시작으로 일몰 후 저녁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바위산을 타고 다니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인적 드문 산 길에서는 길 없는 길을 찾아다니느라 신발에 흙이 수북하게 들어갔다. 충분히 피곤할 만한 상황인데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졌다. 산을 좋아하지만 체력적으로 등산을 잘 하지는 못해 한국에서도 산행을 안 가는데 세도나 와서 매일 바위산을 오르내린 건 지금 생각해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등산화도 아니고 여행용 운동화로 그런 바위산을 뛰어 다닌 나의 관절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놀라울 따름이다. 침대에 누워 종아리를 만지면 아프긴 한데 아침에 일어나면 고무줄처럼 원상복구가  되었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 세도나는 지금까지 5번을  갔다. 친구랑 4번째 갔을 때는 더 이상 올라가고 싶은 바위산이 없어 제일 좋은 에너지가 나온다는 바위산의 정상에 올라가 오후 내내 누워 있었다. 강렬한 태양빛에 얼굴이 심하게 타긴 했지만  몸의 컨디션은 좋은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최상의 상태였다.


미국에서 성공한 은퇴자들이 왜 이 도시에 비싼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이주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가 우연히 보게 된 기사 내용처럼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특별한 지구 에너지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노후에 더 건강한  삶을 이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 나가 종식되어 하늘 길이 열린다면 세도나는 여전히 나의 일 순위 여행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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