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ka 대신 Onyx

운동화 대신 이북으로 갈아탄 이야기

by mindy

그래서 은퇴하신 거예요?

하면,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에또 돈이 궁하면 또 일할 수도 있고요.

충청도 말로 "매가리"가 없는 나의 대답이다.

일을 그만둔 3월1일부터 진정한 은퇴라고 불러도 될지는 생각해보아야 할것같다.

"엉성한 은퇴"의 첫발을 떼어본다.




그러니까, 결정한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 1월이었다. Hoka 신발이 문제가 되었던 때가. 결론부터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질간질하지만, 결론을 말해도 못알아들을 수가 있으니, 침착하게 순서대로 말해야 한다.


아침마다 양치를 하고 나의 공간에 들어와서 첫번째로 하는 일이, 무릎꿇고 기도한다.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당면과제를 놓고 기도한다. 오늘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 좋은 만남이 되기를 원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무릎을 꿇었는데 발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악" 소리를 지를 만큼 싸한 감각이 발에 느껴져서, 무릎꿇기가 힘든 일이 되어갔다. 무릎꿇던 것을 의자에 앉아서 하기도 하고,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리고, 엉덩이의 무게를 오른쪽으로 유지하는 등, 자세를 바꿔야했다.


무릎꿇지 않았으면, 오랫동안 그 부분이 아픈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일할 때 신는 신발이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것 외에는 도대체 원인을 알수 없었다. 무릎을 꿇자마자 신음을 뱉으며, 하나님 오늘도 발등이 아프네요, 왜 그럴까요?가 기도의 첫마디가 되어갔다.


신발을 좋은 것으로 교체해야 겠다는 생각에 스포츠첵(Sport chek)에 갔다. 작년에 이곳을 방문했던 동생에게서 처음 알게 된 Hoka 라는 브랜드의 신발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생은 호카 신발을 신고와서는 지인에게서 추천받은 신발인데, 마치 구름위를 나는 것같은 쿠션의 신발이어서 발이 전연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리가 불편한 조앤언니에게 그 신발을 권했다. 우리는 키치너에 가서 언니가 그 신발을 신어보고, 구매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가격이 좀 비쌌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발등에 통증이 있다보니, 그 신발이 생각났다.


동네 가게에는 호카 신발은 서너 종류가 있었는데, 검은색은 없었다. 직원은 인터넷으로 오더하면 집으로 배달이 가능하다면서 하겠느냐고 했다. 말하자면, 스포츠첵 가게 이름으로 물건을 오더하는 방법이었다. 보여주는 모델중에 세일가격이 눈에 띄어 검은색으로 주문을 했다. 가게에서 가격을 지불하고 집에서 며칠 기다리면 물건이 오게 될 예정이었다. 며칠후 올때가 되었는데, 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니, 하루전 배달이 되었다고 나왔다. 집에 사람이 있었는데, 물건이 온 것을 알지 못했다.


단순한 배달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메일에 첨부된 링크로 배송 추적을 해보니, 전날 배달된 것은 맞았다. 현관앞에 상자가 찍힌 사진도 보였다. 우리는 집앞 카메라를 확인해보았다. 무료버전을 쓰고 있어서 영상이 보존되진 않지만, 하루전의 몇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자가 놓인후 8분후 감쪽같이 상자가 없어진 현관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것을 훔쳐간 것이다.


물건이 배달되었기에 그걸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보상받지는 못하더라도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스포츠첵에 가서 한번 물어봤다. 자신들은 배달사고는 담당하지 않는다면서 서비스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라고 했다. 그 전화번호를 받아들고도 한참을 망서렸다. 스포츠첵에서 샀지만, 배달은 퓨로레이터(Purolator)에서 받았기에 어느곳으로 불만을 접수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TV를 보면서 입버릇처럼 "신발 배달 사고 전화라도 해야하는데.."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옆에 있다가 "그 소리 백번은 들었네"하는 게 아닌가. 자존심이 상했다. 남편이나 딸이 해주기를 바랬던 것같기도 하다.


밤늦게 트래킹(배송 추적)을 훑다가 이메일로 불만을 접수하는 부분이 있는 걸 발견했다. 전화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아서 일단 이메일로 자초지종을 말했다. 집에 사람이 있었는데, 배달한 사람이 현관벨을 눌렀으면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추가했다.


며칠후 담당자에게서 편지가 왔다. 미안하다면서, 센더(스포츠첵)에 한번 더 확인해보라고 했다. 스포츠첵에 간것은 우리가 쿠바에 가기 하루전이었다. 이 일을 하지않고 가면, 또 며칠이 지나가기에 들렀더니 다시 서비스센터 전화번호를 준다. 이번에는 딸이 도와줬다. 퓨로레이터에서 연락을 받은듯, 고분고분 이야기가 잘통했다. 환급을 바라느냐, 물건을 다시 보내주기를 바라느냐고 해서 환급을 바란다고 했다.(우리가 캐나다를 비우기에 그게 확실한 방법같았다) 그렇게 잘 해결되는 가 했다. 그랬는데 우리가 쿠바에 있는 동안 퓨로레이터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배달은 잘 되었으며, 현관 초인종을 누르는 것은 필수항목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둘째에게 다시 답장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법을 공부한 둘째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소리로 그동안 전화와 이메일로 이미 다한 이야기를 다시한번 되풀이 해서 보내야만 했다. 이런 우여곡절끝에 결국 $170달러에 달하는 호카 신발값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호카 신발 문제가 있던 즈음이었다. 일하기 위해서 샀던 신발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막내는 갑상선 이상증세를 겪고 있었으며, 나는 일하는 것에 마지막을 장식할 때가 왔다는 증조들로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살짝 했더니, 남편이 아주 쉽게 긍정을 해줬다. 그래 그만할 때도 됐지 뭐 하면서.


아이들에게 쿠바의 식당에서 처음 발표했고, 여행후 2주간을 더 일한 다음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럼 Onyx는 무엇을 말하는가? 밀리의 서재를 가입하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1월에 10권, 2월에 6권을 읽었는데 눈이 좀 뻑뻑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이북 리더기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숙고끝에 Onyx boox go 6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호카의 쓴맛을 본 다음이라,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플렉스 딜리버리(Flex delivery) 를 신청했다. 내 소포를 우체국에서 받아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해서 인터넷 주문을 하고 우체국에서 찾아온 첫날, 이 기기를 셋업할 때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심장이 덜컥했다. 많이 느리고, 활자의 크기, 간격, 밝기, 페이지 넘김 등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던 것도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래그할 때, 컴퓨터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면 안된다. 메모할 때도 글자가 이쁘게 나오지 않는다. 그런 모든 단점들이 있다는 것을 구매해보고 알게 됐다. 최상급은 아니었어도, 이북 리더기에 케이스까지 $270달러가 들었으니, 이 물건을 사는 것을 얼마나 망설였겠는가?


그래서 호카 대신 오닉스다. 일을 그만두어서 신발은 필요 없고, 일을 그만두어서 책은 더 열심히 읽어야 겠기에, 이 둘은 연관이 없는듯, 연관이 있다.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에, 혹시나 이북을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다면, 이것보다 길이가 1인치 큰 7go가 어떨까싶다. 6 go는 길이는 핸드폰 사이즈, 넓이는 핸드폰보다 조금 크다.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지만, 사용할수록 정이 들리라 본다.


왼쪽은 커버가 쓰여진 onyx boox 6 go 이며, 커버를 펴면 다운받은 전자책을 열어볼 수 있다. 오늘 다운 받은 토스트예프스키의 "백치" 1권이다.


오닉스 북스 6 고는 답답하다. 여차하면, 눈이 싸하고 아프더라도 핸드폰으로 책을 보고싶은 마음이 날만큼. 핸프폰 사용시기가 은퇴전이라면, 이북 리더기로 옮겨간 지금이 은퇴의 시기라고 해도 될듯하다. 마음은 이북 리더기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휘어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읽지 않았던 책들이 우후죽순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이북 리더기에 마음을 더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싶다. 읽는 만큼 토해내는 것이 많지 않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그런 것들이 영양분이 되어 무언가가 자라날 것이라 나에게 입력시킨다.


호카 신발을 환급받지 않았으면, 이북 리더기를 옆구리에 끼고 은퇴를 시작하는 것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내 권리를 찾고, 배달회사의 시스템을 점검하게 한, 환급사건은 나의 은퇴에 고무적인 현상이다. 꽤 똑똑한 소비자로 마침내 들어섰다는 증거이고, 은퇴의 삶에서 꽤 필요한 자질이므로. 그런데 조금 불안하다. 쓰고싶은 일은 계속 생길 것이고, 들어오는 돈은 없을테고. 은퇴자가 당면할 현실적인 문제를 처음부터 겪었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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