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쇼펜하우어가 말한 거리 두기의 기술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간다

by 시월해담

사람은 가까워질수록

편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주 만나고,

많이 이야기하고,

속을 터놓으면

관계는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까워질수록 더 예민해지고,

더 쉽게 상처받고,

더 빨리 지치는 관계가 있습니다.


중년이 되면

이 장면이 반복됩니다.


오래 본 사람,

익숙한 사람,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사람.


그런데 그 앞에서

나는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참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관계를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이 서로의 온기를 얻기 위해

가까이 모입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가시에 찔립니다.


그래서 다시 조금 물러납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인간관계는

이 거리 조절의 문제라고.


우리는 보통

상처받는 이유를

상대의 말이나 태도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거리가 없어서 생긴 일입니다.


너무 자주 보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너무 깊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움은 온기를 주지만

지속되면 마찰이 됩니다.


특히 가족과 가까운 관계에서는

거리를 두는 일이

죄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남이야?”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이 말들은

거리를 허물어도 괜찮다는 신호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 순간

기준은 흐려집니다.


쇼펜하우어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비로소 타인과도 건강하게 관계 맺는다고 보았습니다.


혼자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기를 더 많이 내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소모는

조용히 쌓입니다.


거리 두기는

차갑게 돌아서는 행위가 아닙니다.


연락의 빈도를 줄이고,

설명의 길이를 줄이고,

감정의 개입을 줄이는 일입니다.


그 작은 조정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 됩니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가까워지는 능력이 아니라

물러설 줄 아는 능력입니다.


물러선다고 해서

관계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가 생기면

온기는 더 오래 유지됩니다.


오늘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지금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는

정말 사람이 문제입니까,

아니면 거리가 사라진 것이 문제입니까.


고전의 단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인간은 고슴도치와 같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 입고,

너무 멀면 추워진다.”


관계는 온기로 유지되지만,

삶은 거리로 지켜집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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