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녀의 어떤 사랑
BMW와 함께 멈춰버린 우리 사랑
"빵!."
소리와 함께 침대가 들썩여서 깊이 잠들어 늘어져있던 내 몸이 감전된 사람처럼 번쩍 튕겨져 일어났어.
우린 젊었고 뜨겁게 사랑했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 상태라 깊은 수면에 빠질 수 있었거든. 처음은 다 그렇잖아?
미국에선 가끔 총소리를 들을 때가 있어.
그래서 나는 근방에서 누가 총을 쐈나 싶었지. 그만큼 그 소리와 진동은 강력했던 거야.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그 사람 침대에서 처음 잠들어있던걸 깨닫고 여전히 시체처럼 뻗어있던 건장한 남자의 알몸을 보고 그제야 알았어.
'뭐야? 방귀소리였어?.'
그 후로 나는 다시 잠들지 못했어. 그가 정말 마우스피스를 끼고 나를 안고 잠을 청하려 할 때 나는 인자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괜찮다 됐다. 이를 갈면 얼마나 갈겠냐? 곧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지만 어마어마한 방귀소리에 깨어난 나는 그때부터 들려오는 거슬리다 못해 턱주가리를 날려버리고 싶은 그의 이갈이에 결국 집으로 돌아와 버렸지.
그것 때문에 정 떨어졌냐고? 전혀.
우리는 이미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런 치명적인 단점마저 귀여울 만큼 내 눈도 멀어버린 거지.
그의 이상형은 나였어.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했지.
그의 말은 진심이야.
나와 헤어지고 십수 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혼자야. 왜냐고 물을 때마다 대답은 한결같지.
"너보다 나은 여자를 아직못찾아서."
헤어지고 내 남자가 두 번이나 바뀌었을 때 그때마다 나는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생겼어. 그때마다 그 병원에 찾아와 줬지.
미국에서 나를 병원에 둘러업고 간 건 심지어 내 남자 친구가 아니라 그 사람이었어.
두 번째는 한국에 와서 사고가 났을 때 하필 코로나 시국이라 내 남자 친구밖에 병실에 있을 수 없었는데도 그는 귀국하고 얼마 안 됐다며 나를 찾아왔어. 그때 날 면회온 그에게 보호자 목걸이를 건네주고 잠시 시간을 갖게 해 준 그때 내 남자 친구는 그 순간을 이렇게 말했어.
"기분 더럽게 더럽더라. 널 면회 왔다기에 잠시 목걸이를 건넸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한방 날리고 싶더라고. 마치 맡겨놓은 물건 찾으러 온 것 같이 당당하게 인사하고 싹싹하게 구는 것도 재수 없었어."
지금은 그의 그런 마음도 이해할 수 있지. 어떤 남자가 자기 여자가 전 남자 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바통 건네듯 자연스레 만들어주고 싶겠어? 줄담배를 피우면서 씨발씨발만 했다더라고.
십 년 만에 병실에서 만난 그는 변함없이 멋있었어. 나랑 헤어지고 운동에만 빠져 산다는 그는 떡 벌어진 어깨와 서글서글한 미소로 선물을 전했어. 미국에서 올 때 사 왔다며.
그 사람은 주변에 친구도 많고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도 많았지. 언제나 남을 웃기고 자신이 망가지는 역할이었어. 그때도 선물을 전하면서 앓는 소리를 하더라고.
"야 내가 이제 C자만 겹쳐있는 거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 네가 뒤에서 노려보고 있는 거 같아서."
헤어지고 십 년이 넘었는데도 내가 좋아했던 브랜드의 신발사이즈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사온 그.
그렇게도 사랑했는데 왜 헤어졌냐고?
그랬어. 그 사람은 날 만나기 전 까진 차가 포르셰였고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어. 그런 사람이 날 만나고 나와 놀러 다니고 거의 매일 나랑 붙어있으면서 자기 할 일을 안 하게 됐나 봐. 나는 철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어.
첫 생일선물로 샤넬백을 받았을 때도 그냥 줄만하니까 줬겠지 싶었어. 그때 난 다시 돌아봐도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었어.
그런 그의 차가 나를 만나면서 두 번이나 바뀌었어. 마지막엔 BMW였는데 그마저도 중고였지.
그게 문제였어. 우리 사랑은 길 한복판에 퍼져 멈춰버린
BMW처럼 그렇게 한순간 퍼져 멈춰버렸어.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 내가 너무 쓰레기 같잖아?
마지막 회는 다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