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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수희 Dec 12. 2024

2 그녀의 어떤 사랑

준비성이 너무 철저했던 그 사람

날 만나기 전 그 사람 차는 포르셰였어. 다음 회에 중요한 복선이 되기 때문에 지껄일 뿐이야.

차가, 집이, 그 사람의 외모가 날 사랑에 빠지게 만든 건 절대 아니야.


일주일  나는 또 클럽을 갔고 또 그 사람을 만났어. 그리고 또 그 사람 집에서 애프터 파티를 했지.


내가 말했지? 난 별거 아닌 사소한 거에 꽂히는 타입이라고.


데 그 사람은 키도 크고 유머감각도 있고 배려심도 있고 무엇보다 그 주변에 친구들이 그를 정말 좋아하고 동생들도 잘 따랐어. 사실 그땐 내가 미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고, 비슷한 시기지만 좀 더 먼저 내게 대시한 남자가 있었어. 하필 두 사람은 친구였고 그 3층짜리 집에 함께 살고 있었지.


말하자면 잘난 척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삼각관계였던 거지. 나는 둘 다 관심이 없었을 때지만,

그 들의 한 살 위 형과 한 살 동생이 내게 그 사람을 밀었다고 해야 하나? 그가 내게 진심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어필을 했지.


그래도 난 남의 말은 신경 쓰지 않아 예전도 지금도.. 그날도 나는 신나게 놀고 멀쩡히 씻고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야.


일주일 전처럼 그의 욕실에 들어섰을 때 난 깜짝 놀랐어.

최고급 여성용품들이 뭐 하나 빠짐없이 그의 욕실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줄을 지어 서있었거든.

그의 욕실 앞에서 잠시 멍해있던 나를 그 사람 동생이 손가락 두 개를 튕겨 깨워줬어.

"나도 깜짝 놀랐다. 형이 갑자기 여성 용품 뭐 필요하냐면서 백화점에 가자하더라고, 저번주에 네가 여기서 남성용품만 쓰고 돌아갔다면서 네가 또 올 수도 있지 않겠냐면서 여자들 쓰는 건 싹 다 쓸어왔어. 저쪽엔 여자화장품도 있어."

정말 비싼 시슬*화장품도 종류별로 다 있더라고.

솔직히? 감동했어.


씻고 온 내가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결국 나는 그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어. 열정이 드글드글 했던 이십대잖아. 이해해 줘.


그의 침실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야. 깔끔하고 정돈된 시트 고급 이불..

내가 물었어.

"오빠 원래 이렇게 깔끔해?."


그는 수다쟁이는 아니지만 어쩌다 하는 한마디가 너무 웃긴 매력적인 경상도 남자였거든.

그리고 나만큼이나 솔직했어.


"아니. 혹시나 이번주에도 네가 올까 봐 사람 불러서 대청소했어."


내가 낮게 폭소하며 다시 방 안을 둘러보는데 창틀에 처음 보는 이상한 물체가 있었어.


"저게 뭐예요?."

그 남자는 필요이상으로 솔직하고 준비성이 철저했지.


"혹시 네가 이번주에도 와서 자고 가게 되면.."

"...?"

"내가 잘 때 이를 가는 편이라 네가 못 잘까 봐. 저건 마우스피스야."


'??? 마우스피스? 내가 모를 일이 없지 솔직히 나도 킥복싱을 배웠고 하필 첫 스파링 상대가 남자여서 뒤지게 처맞고 내려왔지만 저토록 화려한 마우스피스는 그때까지 처음본거지. '

"그래도.. 혹시.. 를 위해 마우스피스까지 준비해 둔 남자 어때?."

적어도 난. 그의 배려심에 심장이 나대기시작해서. 잠도 못 자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어.


그게 우리 사랑의 시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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