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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Aug 09. 2019

프리랜서 편집자는 어떻게 일하는가? ①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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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 프리랜서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그 둘을 다 할 수 있는 일(직장에 다니면서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한다.)이다. 프리랜서가 활동하는 분야는 게임, 출판, 방송,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미술, 음악, 집필, 교육‧기술‧전문 서비스, IT계열 등이다. 프리랜서가 특정 소속 없이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창의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 그들을 찾아 함께 일한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콘텐츠 종사자의 약 35%가 프리랜서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가 ‘출판’이다. 나는 프리랜서 편집자가 된 지 이제 30개월이 되었다. 한 번도 프리랜서 편집자의 삶을 그려 보지 않은 채 막연함만 들고 출판사에서 걸어 나온 지 2년 6개월. 그 시간을 정리하면서, 미래 프리랜서 편집자가 될지 모를 여러분에게 몇 자 적어 본다.

(프리랜서 편집자가 안 되어도 된다. 단, 출판 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마흔을 완전히 넘겼다면? 회사 내에 아무도 건들지 못하는 한 자리를 갈고닦든가, 출판사 대표가 되든가, 프리랜서가 되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업무는 출판사에서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책을 기획하고, 저자를 찾고, 목차와 샘플 원고를 만들고, 원고가 다 들어올 때까지(그림이 들어가면, 그림 작가에게 원고를 전달하고 원고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중간 중간 점검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기다린다. 원고가 다 나오면 편집을 하고 보도자료를 쓰면 끝난다. 1권당 평균 6개월에서 1년 동안 이 일들을 반복하는 게 편집의 일이다.

출판사에서 일한다면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획 때부터 마케터들과 공유하며 어느 정도 팔 계획을 세워놨어도 시간이 지나 잊혔을 가능성이 크므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책의 존재를 상기시켜야 한다.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책을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과거 편집자들이 ‘그걸 내가 왜?’라고 생각했던 일도 이제는 편집자의 주 업무가 되었다. 마케팅과 홍보 채널이 워낙 다양해서 함께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편집자가 마케팅과 홍보에 투입되는 이유는 하나다. 그 책에 대해 가장 잘, 또 많이 알고 있어서 책의 정보나 핵심을 잘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이 안다고 홍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이 더 잘한다. 너무 잘 알아서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편집자이다.

안심하시라. 프리랜서 편집자는 출판사와 별도로 계약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과 홍보 업무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에서 일할 때와는 다른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법! 책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하나씩 집어 보자.



계약서와 계약금은 중요하다

우선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을 한다. 프리랜서 편집자에게 기획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발적으로 기획해서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출판사에 보내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번에 여러 군데에 보내지 않고, 한 군데에서 검토한 뒤 ‘no.’하면 다른 곳에 보낸다. 다른 하나는 출판사에서 키워드와 독자 대상을 정해 주고 세부 기획안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해서 기획이 통과되면 기획편집 계약서를 쓴다. 두말 할 것 없다. 계약서는 반드시 써야 한다. 단순히 교정교열을 보는 외주는 안 쓰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꼭 쓴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일할 것인지 자세히 쓰고, 전체 금액과 계약금도 명시한다. 이런 계약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출판사는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되어 있는 출판사의 계약서를 참고해 기획편집 계약서를 만들어 두었다가 역으로 제시하면 된다.

비용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분류해서 받는다. 다음은 필자가 일하는 패턴으로 나눈 방식이다. 훗날 여러분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분류해서 일할 수 있다.


① 기획~전체 진행: 기획부터 인쇄 전까지 모든 일을 (직원처럼) 담당한다. 출판사 내부에 편집 담당자가 없을 때는 금액을 더 요청한다.

② 기획~화면교: 기획부터 저자 서치, 집필 완료시 초고를 정리해서 출판사에 넘기는 것까지 한다.

③ 기획2~전체 진행: 출판사에서 준 키워드로 기획을 한다. 나머지는 ①과 동일하다. 내부에 편집자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④ 완성된 원고~전체 진행: 완성된 원고를 받아 편집을 진행하고 인쇄 전까지 담당한다.

⑤ 교정교열: 윤문, 교정, 교열을 담당한다. 단순 교정 교열은 내부 비용에 따르고, 윤문이 많이 들어갈 때에는 비용을 더 요청한다.

⑥ ①~⑤에 해당하면서 시리즈물이거나, 전속 외주로 계약할 때: 비용을 조금 조정하되, 너무 많이 낮추면 안 된다. 두세 권까지 진행하고 작가, 출판사의 사정으로 출간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을 진행하는 것보다 낮추되, 그 비용으로 한 권을 진행해도 손해는 보지 않을 정도라야 한다. 전속으로 일할 때는 매달 특정 날짜를 정해 입금을 해달라고 하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시간은 모두 소중하다

계약을 마쳤다면 이제 저자를 찾는다. 자발적으로 기획할 때는 이미 저자 섭외까지 마친 상태이므로 큰 이견이 없는 한 그 저자로 가면 되고, 후자는 저자를 몇 명 추천해서 출판사에 보낸다.

이제 출판사가 선택한 저자를 섭외해야 하는데, 이때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해결 가능한 문제지만 처음에는 조금 당황한다. 일부 작가들이 외주 편집자가 전체 진행을 한다고 하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책을 몇 권 썼고 초면인 작가들이 더 그렇다.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소수지만 외주 진행자가 있는데도 내부 담당자와 소통하겠다고 하는 작가도 있다.

왜 그럴까? 외주 편집자의 권한이 출판사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출판사의 결정권자와 일하는 게 가장 편하다. 그런데 내부 사원보다 최종 결정력이 약한 외주 편집자라니! 예를 들어 출판사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내부 담당자가 바뀌어 의견이 바뀌면 거기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수정’은 저자의 몫이 된다. 또 소통의 층이 이중에 삼중이 되기 때문에 불편한 일도 왕왕 생긴다.

어떻게 해결할까?

최종 결정은 출판사가 하는 게 맞다. 그들이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원고 방향이 자꾸 바뀌고 확신이 안 서는 상태에서 출간 일에만 쫓기고 있다면 다 같이 손을 잡고 심호흡을 해야 한다. 원고 방향이 분명하지 않고 출간 논리가 부족하면 작업하는 도중에 언제든지 흔들리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면 수정을 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변형된다. 외주 기획자의 역할은 적어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 설득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기준에서 좋은 책, 잘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임을 전제로 말이다. 책을 만드는 일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책을 만드는 일은 수정의 연속이다. 수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달관해야 하지만, 출판사의 단순 변심이나 내부 담당자와 상사들의 각기 다른 생각으로 저자와 외주 편집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적을 하고, 필요하다면 그에 따른 금전적 보상도 받아야 한다.

출판사에서 일할 때는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해도 속으로 욕은 해도 다시 했다. 월급에 변화가 없으니까. 그러나 프리랜서에게 시간은 돈이다.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계속 갈지, 말지. 계속 간다면 저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계약한 저자가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인지, 저자의 일정은 괜찮은지, 출간 일은 조정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시 기획하는 수준이라면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출판사의 요청 중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거부할지도 정해야 한다.

필자는 프리랜서 초기 때 뭔가를 더 하려고 애썼다. 아직 출판사 직원 물이 덜 빠져 ‘우리 책’이라는 생각으로 시키지도 않은 일을 더 했고, 출판사에서 뭔가를 더 요청하면 두세 시간 걸리는 일은 그냥 해 주기도 했다. 초기 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도 하거니와, 이를 한두 번 경험해 본 뒤에 거절하는 것이 좋다. 경험해 보아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거절과 재요청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딱 떨어지게 일해야 관계가 지속된다. ‘딱 떨어지게’라는 말은 넘치지 말라는 뜻도 되지만 부족함 없이 일하라는 뜻이다. 이를 위한 장치로, 계약서에 업무 내용을 쓸 때 아주 자세하고 명확하게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계약서에 쓴 비용이 구체화되고 서로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불리는 이름이 프리랜서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프리랜서의 시간을 정말로 프리하게 본다. 회사에 다니는 자신들이 얼마나 바쁜지 열거하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거기에는 ‘난 매여 있고, 당신은 프리하잖아.’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럴 때는 상대를 충분히 위로해 준 뒤에, “저도 이번 달에 왜 이렇게 일이 많은지.”라고 가볍게 넘기면 된다. “우리의 시간은 모두 소중하잖아요.”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런 말은 일단 삼킨다. 해서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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