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시무식에 참석했다. 3년마다 집행부가 바뀌는 우리 회사는 현 집행부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인사말이 오고 갔는데, 통상 좋은 말, 희망찬 말들이 나오는데 왠지 나는 아프기만 하다.
첫 번째 펀치가 시작됐다. 쳇 GPT가 인사말을 대신해 주었다며 그 글을 읽는다. 한 때 신년사를 준비하며 어울리는 고사성어나 일화를 찾았던 그 시절 나의 일이 덧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두 번째 펀치는 강도가 좀 셌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그 일을 그 사람이 아니면 못한다는 인식이 들도록 해야 한다는 말인데 괜히 약이 올랐다. 한 사람을 움직이다 보면 엄한 사람까지 움직여지는 일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나도 한 때 그런 피해를 입었고 육아휴직 이후 내 커리어가 달라지면서 생긴 상처 딱지를 다시 한번 들춰내는 기분이었다.
세 번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실현될 때 보람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는 무엇을 실현했고 무슨 일로 기뻤나 되돌아보았다.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통상업무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네 번째 단상에 올라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팀원들끼리 서로 아껴주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래야 출근하는 아침이 즐거울 수 있다는 건데 우리 팀은 어떤가 생각해 보면 마음이 쪼그라지는 기분이었다. 겉과 속이 다른 상사분 성향에 맞추거나 맞추지 않거나 하며 둘로 갈라진 팀원들의 현실이 씁쓸했다.
사실 그게 뭐 대수겠냐 하는 마음을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쉽지는 않다. 깊은 이면을 들여다보면 나의 우울한 마음은 술렁이게 될 변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적응했는데 또 적응해야 하나 싶은.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라며 우울해하는 내게 동료는 말한다. "상처가 나야 결국에는 단단해지지"라고. 지금의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서 멘털을 강화하라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