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나무라고 아이의 걱정을 잘 어루만지지 못했을 때
아이가 참으로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난 주말 수학숙제를 혼자 해내지 못한 아이에 대해 한 걱정을 늘어놓았었는데, 아이의 성향을 배려하기보다 내 감정이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우리 집 쌍둥이들은 매일 정해진 분량의 연습문제집을 푼다. 그런데 연산 문제집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몇 번 있었다. 특히 후둥이의 것이 자주 그런 편이었다.
시매쓰에 나온 '빨강연산'은 보통의 문제지에 비해 약간 작은 사이즈인 탓에 책상 옆 책꽂이에 꽂아두면 쏙 들어가서 묻히는 경우가 있다. 또 한 번은 베란다에 문제집을 두어서 찾지 못해 며칠간 선둥이의 문제집을
복사해서 푼 적도 있었다.
빨강연산문제집을 찾다 말고, 아이는 "엄마 화내지 마세요~"라며 선수를 친다. 그럴 때 얘기를 차분히 듣다 보면 문제집이 눈에 띄지 않아서 건네는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책상에 서서 찬찬히 책꽂이 책들을 하나하나씩 본다. 그러면 쏙 들어가 있는 문제집을 발견하고, 말없이 빼서 아이 책상에 올려준다.
"아~ 여기 있었구나. 역시 엄마야..."
몇 번 그런 일이 있고, 그런 일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잠들기 전 아이가 갑자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나 큰 병에 걸린 건 아니지?"
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어디 이상해?"
"(금세 목이 매인 듯) 물건 잘 못 찾잖아"
"......."
아, 이런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걱정이고 고민이구나 싶어 놀랐다.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아이를 위로해 주고 진짜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문제집 하나 못 찾는 걸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대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가볍게 넘어가지 않고, 마치 대단한 정신무장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 것은 아닌지...
아이의 걱정을 부추기고, 호들갑스러웠던 것은 아닌지.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도록 내 마음보다 아이를 살피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화사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