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책을 나누며 책 욕심을 조금씩 비워간다
테라 맥주, 스타벅스 기프트콘, 파리바게뜨 식빵, 양파, 비타 500...
동네 밴드를 통해 책 무료 드림을 하고 받은 선물들이다. 선물을 바라고 한 건 절대 아니지만 엄마들이 성의를 보여주었다. 적든 많든 돈을 받게 되면 책의 구성도 신경 써야 하고 자칫 책의 상태가 맘에 안 들면 원망을 듣게 된다.
실제 그런 경험이 있다. 예전에 젖병 소독기를 중고로 팔면서 안 쓰는 보행기를 덤으로 드리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포장되어 있는 보행기 상태를 점검 안 한 게 화근이 되었다. 나는 덤이었지만 중고로 물건을 사려고 한 엄마는 젖병 소독기 + 보행기 가격으로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얼룩덜룩 곰팡이가 핀 보행기 상태에 강력히 항의했었다. 결국 보행기 버리는 값을 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마치 말도 안 되는 상품을 끼어파는 모양새가 된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엄마가 말한 가격보다 2배 더 돌려주었다. 최소한 내 의도만이라도 보호받고 싶었다.
이번에 책을 정리하면서는 애초에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고책을 샀을 때 마음처럼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싶었다. 책을 무료로 받아가며 좋아할 엄마들의 마음이 보여서이기도 하다. 수년 전부터 토요일 동네 벼룩시장에서 책을 참 많이도 샀다. 단골이 된 중고책 판매 사장님께서 여러 전집을 싸게 팔았고, 나를 위해 따로 단행본도 챙겨 오기도 했다. 수레며 유모차며 빼곡히 참 많이도 실어 날랐다. 그래도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 하나하나 물티슈로 닦으면서 뿌듯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가 생기고, 아이들도 좋아할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좋았다. 지금도 그 기억이 너무 좋다.
어떤 때는 안 사려는 나에게 사장님이 계속되는 가격 인하로 유혹하기도 한다. 벼룩시장 장이 끝나도 팔리지 않는 책은 원래 팔려던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나에게 넘어오기도 했다. 요리조리 뜯어보면 다 도움 되는 내용이라 집안 공간은 무시하고 자꾸자꾸 욕심을 냈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집에 전집하나 들이려면 워낙 고가라 부모님 세대의 부부 싸움이 회자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흔한 것이 전집이다. 어찌 보면 가격보다 체력의 싸움이 아닌지. 엄마의 부지런한 발품과 손품이 필요하다. 중고시장에선 정말 다양한 전집이 많다. 오래된 전집을 보면 책 내용 중에 남아선호사상을 걱정하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전집은 분야별로 중복되지 않고 사고 싶었지만 자연과학 책이라면 무조건 사고 싶어 하는 쌍둥이 때문에 출판사별로 여러 종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산 책을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읽히지는 못했지만 거의 다 한 번쯤은 읽어준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책의 욕심을 좀 내려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정리가 며칠간의 노동이 되고 보니 지나친 책 욕심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
시대도 변하고 다양한 읽을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너무 예쁘고 멋진 책들이 많다. 도서관에서 희망도서신청만으로도 신간을 충분히 볼 수도 있다. 편하게 생각날 때 그때그때 찾아보기에는 집에 책이 많은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채우기에만 급급하면 집이 포화상태가 된다. 상황에 맞게 잘 비운다면, 그 비움을 나눔을 통해 따뜻하게 한다면 더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