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지가지한다고 생각했죠?... 저도 그 생각했어요.
그렇게 콘서타를 처방받아먹은 지 6개월이 지나고 초반에는 왜 이제야 콘서타를 주셨는지 조금 야속할 뻔했으나 먹다 보니 확실히 나에게는 불안장애가 끼치는 영향이 컸다. 아침 8시에 약을 먹으면 오전 중에는 활기차면서 집중도 잘되고 뭐든 마무리까지 이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데 문제는 오후 시간대부터는 정신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당장 누워서 쉬거나 자지 않으면 안 될 지경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바로바로 큰 효과가 없다고 말하면서 용량을 점점 올리다 보니 갈수록 가관이었다. 어떤 날은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고, 오심이 느껴졌으며, 샤워할 때 머리가 평소의 배는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불안부터 잡고 시작하자고 하셨던 걸까. 불안장애가 호전이 된 후의 ADHD의 불편함 정도에 맞게 약을 조정하고자 하신 게 선생님의 배려이자 계획 같았으나 이 바보 같은 환자는 어리석게도 박박 우겨서 약을 달라더니 이번엔 부작용 때문에 걱정하는 모양새라니.
부작용에 대해 다음 진료 때 이야기를 드리기로 하고 마침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QEEG(정량뇌파) 검사도 하고 있었기에, 자가응답으로 잡히지 않은 내 다른 정신적 문제점들을 알고 싶어 예약했다. ADHD 의식의 흐름과 충동성, 그리고 마침 그것이 가능한 환경이라 결정한 것과 다름없다. 검사결과에서 수면문제가 가장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ADHD의 수면부족은 나의 여러 증상인 불안 및 우울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이후 처방은 밤에 잠들기 쉬운 약과 불안장애 약으로 이완이 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약으로 처방받았다. 그리고 탈모, 빈맥, 숨 가쁨, 빈혈, 심한 졸림, 오심 등의 여러 부작용을 토로하자 아침 약으로는 콘서타와 아토목세틴을 먹을 수 있도록 약의 용량이 조정되었다.
이렇게 복약한 지 반년 정도 지났다. 지금 난 당시에 뇌파검사받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뇌 상태에 맞게 약의 용량을 조정하자 적당한 집중력과 보다 완만해진 스펙트럼의 기분 조절, 그리고 심하게 느꼈던 여러 부작용들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남에게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무조건 나에게도 좋을 거라는 착각, 그리고 당장 효과가 안 보인다고 무작정 용량을 올렸을 때의 부작용을 몸소 체험하고야 느꼈다. 그리고 최근에는 꽤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리정돈: 여전히 '잘'하진 못하지만 구역정도는 나누고 대충 어떻게 분류하여 정리하면 좋을지에 대한 감각이 조금씩 늘고 있다. 구역을 정해 조금씩 정리 중이고 아이들이 어지른 것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정리를 맡겨 나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있다.
가계: 뭐든 앞 뒤 생각 안 하고 쓰던 습관에서(기존 저축금액을 매번 꺼내 써서 갈수록 마이너스였다.) 매월 고정지출을 정리하고 월 생활비에서 고정지출을 정리한 뒤 남은 예산 내에서 식비와 생필품 구매에 대한 운용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충동성: 당장 지금 피곤하니까=배달 이렇게 이어지던 일상을 한두 가지라도 직접 한 반찬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식사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음식의 레시피는 최대한 간단한 걸로 찾고, 장을 보면 당일이나 다음날 바로 손질해 두어 음식 준비할 때의 준비과정을 줄여 덜 미루고 싶은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
과잉행동: 매일 과식, 폭식, 간식으로 하루 종일 먹던 일상에서(이는 불안이 심할 경우 포만감을 느끼면 일시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져서 그럴 수 있다고 하였다.) 불안과 충동성이 잡히기 시작하자 의미 없는 간식이나 배가 불러도 먹는 과식 폭식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경도비만에서 과체중으로 내려왔다. 나한테는 이게 위고 비고 마운자로다.
*정신과 약이라고 무조건 살이 빠지는 게 아니에요. 제 살찐 원인과 습관에는 정신과적인 질환 비중이 커서 그 부분이 개선되니까 식욕이 줄었어요.*
최근에는 요가도 주 3일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일상생활에서도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지거나 조급하다고 느낄 때 요가 호흡을 하니 약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느끼고 있다. 약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생활습관교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다만 처음부터 당장 생활습관교정이 될 순 없으니 약으로 여러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안정화 시킨 다음 할 수 있다면 습관교정이 들어가면 갈수록 나은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은 아마 이 이야기의 마지막 편이 될 듯하다. 그리고 이번엔 그렇게 오랜 공백 없이 올 지도 모른다.
뇌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