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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Sep 04. 2024

시카고 타자기

조선글 타입우라이터의 위대함을 고함.

오늘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 나온 타자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시카고 타자기'는 tvN에서 2017년 4월 7일부터 6월 3일까지 16부작으로 방송했던 드라마입니다.


 '카고 타자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자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드라마를 보고 타자기에 관심이 생겨 수집하신 분들이 계실 정도로 매력적인 타자기의 모습과 타이핑 소리도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미국 Underwood사의 No.5 Standard 타자기를 베이스로 한 '시카고 타자기'는 국내 수동타자기 수집가라면 한번쯤 이름 들어봤을만한 분이 특별히 드라마를 위해 4벌식 한글 타자기의 활자를 이식하여 개조 타자기입니다.

1918년 언더우드 타자기 - 출처: 위키백과

1900년에 출시된 언더우드 5번은 "최초의 정확한 근대의 타자기"로 묘사되며 1920년까지 200만 대가 팔렸는데 그 당시 타자기 산업의 다른 모든 타자기 판매량과 맞먹는 양으로 이는 전무후무한 타자기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사실 타자기 재벌 언더우드 가문은 우리나라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한 제국, 일제 강점기 때 선교 및 교육지원활동으로 활약했던 영국출신 미국 선교사이자 국가 유공자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이름 원두우)의 형이 타자기 브랜드 언더우드의 설립자 존 토머스 언더우드입니다. 그리고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의 자녀와 손자, 증손자까지 4대에 걸쳐 (한국어 학자들 보호 및 한국어 연구 지원, 한국전쟁 참전, 518 민주화 운동 해외에 알리기 등등 많은 업적으로) 한국에 대대로 공헌하였습니다.

서울 정동에 한국 최초의 고아원이자 남학교인 원두우학당(구세학당, 경신학교를 거쳐 해방 후 경신중, 고등학교로 발전)을 설립했고, 1915년에는 고등교육기관인 경신학교 대학부(이후 연희전문학교, 연세대학교로 발전)를 설립하였다. 영국 출신의 발명가이자 타자기 재벌이었던 그의 형 존 언더우드 (John Thomas Underwood, 1857~1937)가 토지 매입과 교사 건축 비용을 제공했다.   출처-나무위키

 


아름다운 곡선 디자인과 리본, 벨이 보이는 옆모습, 타이핑을 하는 동안 타자기 작동 메커니즘이 눈에 보이는, 한국과 아주 깊은 인연이 있는 언더우드사의 멋진 타자기가 한글로 개조되어 드라마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전생에 작가이자 독립운동가였는데 그의 친구이자 동료가 이 타자기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작년 윤봉길의 상해폭탄 투척 거사가 성공한 뒤로 임정의 입지가 높아졌네.

라는 드라마 속 대사를 통해 대적 배경이 1933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33년에 과연 한글로 개조된 타자기가 있었을까!


No.5 타자기로 개조된 것은 아니지만 송기주 박사가 언더우드 타자기를 개조하여 만든 4벌식 한글 타자기가 있었습니다!(참고로 최초의 한글타자기는 재미교포 이원익이 1914년 개조한 타자기입니다.)


드라마 속 자판 배열은 1969년 정부가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표한 4벌식 자판 배열로 개조되어서 1933년 송기주 타자기의 자판 배열과는 다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타자기 사용자 모임 - 수도토 회원님께서 복원

송기주 박사의 이 글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글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타입우라이터 사용자로서 시간을 건너 조선 경성 송일상회에 구경 가보고 싶습니다.



 '시카고 타자기' 드라마  슴에 남는 대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하다
좋은 글 쓰시라구요
정말 위대한 글!


조선총독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유진오(1933년 타자기를 선물해 준, 유령이 된 주인공)가 총독부가 사라진 광화문을 보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바칠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졌는데
해냈네요.  우리가
저도 2017년에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남자 주인공인 한세주(1933년 작가이자 독립운동가, 유진오에게 타자기를 선물 받은 사람)가 이야기합니다.


어느 시대든 늘 문제는 있고
저항할 일이 생겨.
부딪히고 싸우고 투쟁하고 쟁취하면서 그렇게 만들어가는 세상만 있을 뿐이야.
고생했어. 당신들이 바친 청춘 덕분에
우리가 이러고 살어.
그때 바쳐진 청춘들에게 전해줘
고생했다고
이만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지고 피와 눈물로 이뤄낸 자유로운 세상..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또다시 암울한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고유의 글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별이 된 젊음선열들이 겪었던 고난의 시간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타자기를 사랑하고 수집하게 되면서 우리 한글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지, 그리고 한글의 기계화를 위해 많은 분들의 연구와 노력 끝에 만들어진 한글타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지구촌  많은 나라들 중에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가진 나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문자를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작은 기계로 전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한글타자기를 사용하면서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끝까지 지켜내 준 많은 선열들께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나 역시 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아름답게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시카고 타자기에 대한 리뷰와 함께 조선글 타입우라이터의 위대함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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