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님 Aug 28. 2024

잭의 타자기 - 영화 샤이닝

영화 속 타자기 이야기 7


오늘 소개해드릴 타자기 이야기는 영화'샤이닝' 나와서 아주 유명해진 타자기입니다.


독일 Adler사의 Universal 39


이 타자기는 구글에서 Jack's Typewriter라고 검색해도 바로 나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크기가 상당합니다.


Carrige (나르개)라고 하는 부분이 타자기 본체보다 길어 Wide carrige라고 하는데 A4보다 큰 용지를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타자기 명칭 배우기>>

   네이버 카페 '타자기 사용자 모임'                "누나니레"회원님의 친절한 그림 입니다.

(다른 어떤 타자기 명칭 설명서 보다 저는 이 그림 설명서가 너무 좋아요. 직접 그리고 쓴 다정함이 묻어있는 아날로그 설명서! 우리 타자기 카페 게시글로 너무 딱이죠!)


주인공 잭 토런스는 작가라서 오랜 시간 타이핑 해야 했기 때문에 손가락의 피로가 덜하고 타건감이 좋은 스탠드 타자기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타자기 사용자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잭의 타자기를 소장하고 계신 회원님의 말씀에 따르면 '스탠다드 답게 착착 감기는 묵직한 타격감을 보여준다'라고 합니다.



혹독한 날씨의 겨울시즌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오버룩 호텔에서 몇 달간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 잭 토런스. 부인 웬디와 5살 난 아들 대니는 외진 호텔에 갇혀 지내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잭은 호텔의 여러 객실을 돌아가며 난방하는  소소한 관리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진지하게 소설을 씁니다.

부인 웬디가 좀 읽어보고 싶다고 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원고를 찢는 잭..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죠.


영화가 절정에 가까워질 때 웬디는 그동안 잭이 쓴 글 뭉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많은 원고뭉치는 앞으로의 생계를 책임져줄 소설이 아니라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라는 문장만 반복해서 타이핑 한, 쓰레기나 다름없는 종이 뭉치였 수백 장을 한 문장만 타이핑해 온 그의 정신상태를 파악한 순간 자신과 아들의 생명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잭


그 와중에 마치 소설 속 인물의 대사 인 양 문단의 위치를 바꿔 타이핑 한 디테일....

이것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타이핑 해야 나오는 결과물인데...


이 원고뭉치들이 나오는 장면을 영상으로 올려봅니다.


단 한 문장만을 수백 장 타이핑해 놓은 기괴한 결과물들.(영화 스텝들이 나눠서 타이핑했다고 합니다.) 종이 뭉치를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고 무서운 느낌을 주었던 연출이 아주 멋졌습니다.




몇 년 전 저도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가 생각나 타이핑해 본 적이 있습니다. 반복된 문장을 계속 타이핑하는 것은 꽤나 리듬감 있는 오락에 가까웠습니다.


좋은 글을 구상하고 고심하는 창작의 고통을 느낄 필요 없이... 생각할 필요도 없고, 눈을 감고 쳐도 이미 손은 익숙해져서 점점 더 빠른 속도타이핑하게 됩니다.  빠르게 문장이 완성될수록 감정은 고조되고 왠지 모를 희열까지 느끼게 되는 놀이. 이게 바로 잭이 마다 미친 듯이 타이핑 한 이유였나 싶었지요.(수백 장 치고 놀 수 있겠는데?)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고 잭을  따라 해보고 싶어 두 장 타이핑해 보았습니다.

잭! 나름 정성을 다했었군요!
나름 똑같이 해보고 싶어서 최대한 오타까지 흉내내보았습니다. 어쩔수 없는 덕후 기질...



소설에 타자기에 대한 설명이 있는지, 소설 속 잭의 원고가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제가 타자기를 수집하기  몇 년 전에 이미 읽었던 기록이 있었어요. 타자기와 잭의 원고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이상했는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나름 존재감 있던 타자기와 잭의 원고에 대한 부분은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차이가 많았는데 영화에서는 잭과 그의 부인 웬디, 아들 대니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들이 거의 표현되지 않았고 소설 속  또 다른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섬뜩한 '오버룩 호텔'과 제목으로 지어졌을 만큼 중요한 '샤이닝'이라는 능력보다는 잭 토런스라는 인물의 변화가 중점으로 나왔습니다.


소설과 영화 풀어가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둘 다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은 8월의 뜨거운 여름밤  

영화 샤이닝을 추천합니다!


Here's Johnny!!!

이전 17화 미저리의 타자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