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올 Oct 21. 2020

몸을 움직여서 얻는 즐거움을 누리고 살 것

ep33. 루바토(Rubato)_Running

몸을 움직여서 얻는 즐거움을 누리고 살 것


  나는 요즘 요가 수업을 듣는다.


  대학 2학년 때 나는 인생 첫 공식적 운동을 요가로 시작했다.

우아하고 예쁜 신체 표현. 발레는 왠지 요가보다는 전문적인 스포츠로 느껴질 때가 많아 내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요가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시작해도 저 정도 움직임은 가능하겠지?

웬걸. 그 당시에는 ‘핫요가’ 수업이 굉장이 유행했던 시기라 하필 처음으로 듣게 된 수업이 핫요가 클래스였는데 나는 만성 두통을 가진 체질이라 수업 막바지에는 죽다 살아났던 기억이 있다.

한 시간 동안 찜질방 속에서 요가를 하다니.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 달치 수업료를 날렸다.


그러던 4년여쯤 뒤, 다시 주기적으로 하기 시작한 운동은 ‘발레 스트레칭’이었다. 취준생 시절에는 어디 한 곳이라도 나의 멘탈을 기댈 시간이 필요했고 헬스는 하기 싫고, 기구 필라테스 수업을 등록할 돈은 넉넉치 않았고, 또 요가에는 이미 한 번 데인 기억이 있었고.


그나마 ‘발레 스트레칭’ 과정이 가까운 체육관에 오픈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었다.

성인 취미반이었기에 전문적인 스킬이 요구되지 않았고 나는 취미 발레복이 주는 우아함에 빠져 늘어나지도 않는 햄스트링을 붙잡고 매 수업마다 맨 앞 줄에서 낑낑 거리며 꽤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선전했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번씩 수업을 핑계로 몸을 움직이니 복잡하고 불안한 마음까지 다스려지는 기분이 들었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덜컥 취업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공항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그 클래스와는 멀어졌다. (그 당시 스트레칭 선생님 역시 이 맘 때쯤 그만두었는데, 그녀를 최근에 유튜브에서 발견하고는 혼자 마음속으로 반가웠다)


그렇게 일을 핑계로 운동을 쉰 지 또 1년 여 뒤.

이제 월급도 받는 직장인이니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던 기구 필라테스에 등록했다. 내 의지가 꽤 굳건했던 건지, 기구의 도움을 받아하는 운동이 나한테 잘 맞았던 건지 무튼 필라테스를 꽤 재미있게 했었다. 기구를 쓰는 운동이다보니 나보다 더 단단한 기구에 의지를 하면서 자세가 좀 올곧아 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필라테스는 내게 제일 무난한 운동,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었던 운동으로 남아있다.


무튼 집 앞 5분 거리라는 좋은 조건 덕에 수업 10분 전에 기상해서 수업에 참여했던 적도 있을 만큼 횟수를 꼬박꼬박 채워나갔다.


그렇게 6개월.


나는 20대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었고 그 20대가 끝나기 전에 무엇이든 내 인생에는 절대 없을 것만 같던 일을 하나 해보고 싶었다. 그러면 정말 내 인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그토록 싫어했던 웨이트를 시작하고, ‘바디 프로필’을 찍고 피트니스 대회라는 세계에도 발을 딛게 되면서 몸을 움직이는 내 인생 역사 중 가장 화려한 순간을 찍게 된다.(ㅋㅋㅋ)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꼬리표가 되어 이제는 가볍게만 움직여도 거의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게 하는데... 사람은 그래도 이름표가 중요하다고 움직일 힘이 없을 때도 ‘타인의 기대에 미치기 위해서’라도 움직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절대 후회 하지 않을 일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름의 정점을 찍고 난 사람은 누구나 밀려드는 공허함을 만나게 되어있다. 게다가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도 아이러니하게 건강 불균형 상태을 얻고 나는 또 운태기를 맞이했다.


그렇게 시작된 몇개월의 운태기를 거쳐서 요즘의 나는 다시, 처음의 요가를 만났다.


싫어하는 것들 중에서 의미가 확실한 것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나의 꽤 자랑거리이자 나를 바꿔준 원동력임을 알기에 요가를 시작했다.

여전히 힘들긴 하나 꽤 재밌다.

스물 둘에 만났던 요가와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몸 구석구석을 느끼는 시간이다.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 잘할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믿음도 생긴다. 나는 완벽 강박 주의자라 이런 게 잘 안되는데 이런 마음을 먹고 계속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이 마음가짐이 싫지 않다.


내 발이 이렇게 생겼구나.

새끼발가락은 살짝 휘어있네?

내 허리 근육이 이렇게나 타이트 했구나.

음 발등에는 언제 상처가 생겼지?

나는 평소에 숨을 참 얕게 쉬는 구나.


요가하는 시간, 나는 건강함을 느낀다.

다른 움직임에 대한 여러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돌아 돌아 다시 지금 이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움직임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누구에게나 움직임으로 얻는 에너지는 삶을 살아가는데에 꼭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로 찾아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외치는 한 마디는


몸을 움직여서 얻는 즐거움을 누리고 살아갈 것!  



♬ 루바토(Rubato)_Running

https://youtu.be/Us7m56fEdok

루바토의 Running

10월의 셋째 주 수플레! 제가 들고 온 곡은 루바토의 Running입니다. 2013년 1월에 발매된 싱글 앨범에 수록된 노래 Running은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한 희망의 전주곡이라고 해요.

같은 해 tvn에서 방영되었던 예능 <꽃보다 누나>의 수록곡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루바토는 이탈리아어로 '도둑맞다. 훔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합니다.  


'Tempo Rubato'는 클래식 용어인데요. '연주자의 마음대로 음의 길이를 느리게 혹은 빠르게 함' 박자를 훔쳐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자유롭게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완벽한 음이 아닌 원하는 음을 내기 위해서요. 음악가 루바토에 대한 소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의 음원은 꽤 많이 나와있으니 자유롭게 찾아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운동의 시작을 종종 함께하는 루바토의 Running을 소개해드리면서 셋째 주 수플레는 이만 물러갑니다♥


요즘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것 같아요. 겨울에 밀려 후다닥 달아나기 전에 느껴볼 것!


집 앞 산책도 좋고, 하늘이 잘 보이는 창가 옆에 누워 아침 스트레칭도 좋고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한 코스를 달리는 것도,  단풍 옷을 입은 산을 오르는 것도 다 좋을 것 같네요.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구독과 공감, 댓글을 더 좋은 매거진을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매주 수요일 '수플레'를 기다려주세요! (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플레] 혹시 푸른 밤이 필요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