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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언니 Jan 25. 2024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라는 신의 계시

유튜버 땅끄부부

2020년. 나는 몸무게의 최대치를 찍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한 손에는 구구콘이, 반대쪽 손에는 군것질이 들려있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질 즘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는 집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홈트를 찾았고 유튜버 땅끄부부의 영상 덕택에 10kg 정도 감량에 성공했다. 304만 구독자 수를 보유한 땅끄부부는 당시에도 많은 다이어터들의 힘이 되어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영상에 한 명 한 명 댓글을 달아주며 힘을 주었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분들의 마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부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땅끄부부의 업로드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 2년 동안 아무런 공지 없이 활동을 멈췄다. 땅끄부부의 영상을 보던 구독자들은 그들을 걱정했다. 언제고 오나 기다리면서도, 잠적도 없이 사라진 그들을 보며 섭섭한 마음도 내비쳤다. 어쩜 그렇게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냐면서도, 언제라도 나타나면 웃으면서 다정하게 맞아주려고 기다렸다. 그들이 오기만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고 있을 즘이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 땅끄부부 채널에 공지가 올라왔다. 몸도 마음도 아파진 그들이 영상을 보면 또 올리고 싶을까 봐 채널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부둥켜안고 울던 나날을 담은 글이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며 섭섭해하던 구독자들은 그 소식을 듣고 자신의 사연을 달며 그들을 응원했다. 응원하는 댓글 수가 무려 9만 6천 개였다. 유튜버와 300만 명의 구독자가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어르고 달래주는 것만 같았다.


내가 놀랬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땅끄부부는 2024년 1월 초. 구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지 2주 만에 4만 명의 구독자를 추가로 확보했고, 영상 조회 수는 143만 회, 댓글은 9만 5천 개가 달렸다. 많은 댓글들 중에서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라는 신의 계시

이 댓글에는 무려 2만 4천 개의 좋아요가 눌려있었다. 나는 '인기몰이'를 보고 놀라워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선한 마음을 구독자들은 알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뜀박질을 하며 돈을 아끼고 살다가 '집에서도 운동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구독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그들 덕분에. 공백기가 아무리 길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았구나. 댓글에는 그리웠다고, 선하게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며 운동할 수 있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이 넘쳤다. 이를 보며 느끼는 바가 많다.


요즘 책에 대한 질문들이 많이 들어온다. 어떤 분은 소설은 몰입해서 잘 읽는데 자기 계발은 재미가 없어서 읽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동기부여도 받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죄책감이 든단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받고 싶은 거라면 성장소설을 추천했다. 특히 청소년 소설은 꿈과 희망을 더 심어주니 감명을 받기가 더 쉬울 거라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책에 대한 고민을 풀어준다. 늘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면서.


이런 문의가 많아질수록 더더욱 책에 대한 나의 이미지가 확고해진다고 느끼면서도 마음을 낮춰먹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언젠가는 내게도 달렸으면 좋겠는 댓글을 적어봤다.

"동네언니 덕분에 책이 너무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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