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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통스러울 때 먹는 가장 강력한 약물

by 밍작가

실제로 재앙이 닥쳤을 경우

가장 효과적인 위안이 되는 것은,

우리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즉 불행한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이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질투는 인간이기에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감정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저렴해서 쓸려고 하면 고장 나 버리는 감정이기도 하다. 질투심으로 생긴 열정을 사용하려고 하면 질투의 대상이 사라진다. 연봉을 1억 버는 친구가 부러워서 질투심에 불타 투잡, 쓰리잡을 뛰어서 1억을 벌게 되었지만, 그동안 그 친구는 1억을 넘어 더 큰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가 부러워서 영끌해서 비슷한 급의 아파트로 이사 가지만 그 친구는 더 좋은 급지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만다. 질투의 대상은 사라지고, 또 다른 질투의 대상만이 남게 된다. 결국 고통으로 직결되는 감정이다.


질투에 빠지게 된 사람은 지적이지 못하다. 저렴한 이 감정은 뇌의 이성적인 판단을 막아버리고 질투의 대상을 '얻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생각보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고민을 하는 시간 동안 질투심이 곰팡이처럼 피어나서 마음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마음이 오염되는 것보다는 어떤 행동이라도 옮기면서 곰팡이가 필 여유조차 주지 않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도 질투 앞에서 생각보다는 말이, 말보다는 주먹이 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자연스레 감정 조절도 어려워지고 충동적인 인간으로 변해간다.


질투는 중독성이 있다. 질투의 순기능일지도 모르겠지만, 질투는 목표를 제공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하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즉,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다. 도파민은 쾌락, 행복 호르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흥분이나 각성 호르몬에 가깝다. 마약이나 각성제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거나 도파민의 총량을 늘리는 약물인 것을 생각해 보면 쉽다. 정적인 인생이 재미 없어지고, 흥분되고 다이나믹한 인생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질투하면서 생긴 도파민의 흥분 효과가 점점 익숙해져서 반복적으로 질투를 하게 하는 것이다. 'A보다 잘해야지', 'B보다 부자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끝도 없이 꼬리를 물게 된다. 결국 그 누구보다 잘 살지 못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질투는 자신을 잃게 한다. 질투라는 감정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통해서'가 아닌 타인의 삶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 다른 사람의 삶은 절대 달성할 수 없고, 똑같은 인생을 살 수 없는 목표이지만 그 목표를 이루려 하다 보니 끝없는 권태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나만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서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남들만 따라 하다 보니 아무런 고민하지 않는다. 오직 목표는 '남들이' 인정하는 삶이다. 하지만 타인의 견해는 대부분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기에 절대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 수 없다. 결국 이룰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질투는 우리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질투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생각은 저렴한 만족감을 주곤 한다. 누군가의 질투의 대상, 즉 나의 노력의 결과(혹은 천부적인 재능)를 얻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들이 보람차기도 하고,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이 감사하기도 하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우월감이 생긴다.


일시적 우월감이란 저렴한 만족이 생길 것이다. 비록 내 인생은 고통스럽지만 누군가는 내 인생을 보며 부럽다고 여긴다는 생각은 꽤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쇼펜하우어가 이야기 한 것처럼, 재앙 후에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지내면 되기에. 일부 우울증 치료제에는 도파민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나를 질투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내 인생에 일시적으로 도파민을 투여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금세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도파민은 위험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질투하는 감정을 가지고 오래 사는 것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누군가 나를 질투한다는 느낌이 과도하면 불안감이 된다. 타인의 질투심이 심해져서 내 인생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또한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살아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아무리 나를 우러러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나답지 못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 또한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이 과민해지면 성향은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고, 고통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 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중심이 잡힐 리가 없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면, 정말 못 버티겠다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저렴해 보일지 몰라도 고통보다는 만족이 일시적으로 나을 수 있으니까. 아픈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일단은 약이라도 먹어야 하니까. 하지만 모든 투약보다 더 좋은 것은 평소에 건강하게 사는 것이기에, 고통스럽지 않도록 평소부터 내면의 중심을 잡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저렴한 질투 따위는 필요하지 않도록, 그런 약물이 없어도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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