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사람은 열 가지 계획 중에서 아홉 가지를 성공하더라도 이 아홉 가지에 대해 기뻐하지 않고 그 한 가지 일을 실패한 것에 화를 낸다. 명랑한 사람은 한 가지 일에 성공한 것으로도 자신을 위로하고 유쾌한 기분을 가질 줄 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사실 쇼펜하우어를 읽고 고통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몇 가지 실패에 대한 침울함이 감정을 뒤덮기 시작해서였습니다. 이 감정은 마음속의 고통을 만들어냈고 남 모르게 고통 속에서 소리 없는 오열을 하는 날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고통에 대해서 따끔하게 이야기해 주는 쇼펜하우어이기에 그에게서 해답을 찾고자 읽고 쓰기 시작했죠. 글쓰기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짧은 인생을 살면서 흔히 성공이라고 이야기하는 경험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하는 성공이라는 선을 넘고 나니 그것들은 더 이상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성공이란 것은 피니쉬 라인과 같아서 저는 이미 그 선을 넘었고, 그 피니쉬 라인은 이미 바닥으로 힘 없이 내려앉았으니까요.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제 모습은 이미 과거로서 사라졌으니까요. 새로 보이는 것들은 주위에 있는 다른 성공을 한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도 각자의 성공과 실패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 눈에는 그들이 성공한 것들만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또 부러웠습니다. 그러자 제가 실패했던 몇 가지가 제 생각을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영광스럽게 골라인을 통과하며 성공한 것들은 점점 잊혀가고 실패한 것들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머릿속의 실패는 마음속으로 전달되어 패배감에 젖은 일상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 인생을 가장 사랑해야 할 제가 실패한 인생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도전하고 살았던 인생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결국 노력으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도전하기가 겁났습니다. 그렇게 한동안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인생을 흘려보내보았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이 고통의 감정만 더 심해지는 결과를 가지고 왔죠. 그래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 한번 인생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으니까요.
건전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주 실패를 하고 가끔 성공을 합니다. 야구에서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75%의 실패를 하고, 회사에서 보고서는 평균적으로 80%의 실패를 합니다. 실패를 해도 결국 수정하고 고쳐서 평균적으로 20~25%의 성공을 만들어냅니다. 그 적은 확률의 성공이 보람이 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평균의 함정이 만들어내는 타이밍이 그 문제입니다. 인생을 길게 두고 봤을 때, 건전하게 꾸준히 노력한다면 20~25% 정도의 성공이 평균인데, 이는 '평균적'인 수치입니다. 평균 80점을 받을 때, 어떤 과목에 100점이면 어떤 과목이 60점일 때가 있는 것처럼,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6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 드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당시의 저는 60점을 받는 순간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고 60점을 받으면 차라리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60점을 받으니 침울해졌습니다. 다시 공부하고 싶은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는 게 싫증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평균의 타이밍이 만드는 고난의 시간들을 견뎌야만 합니다. 그 과정을 지나야 100점을 맞는 날도 오는 거니까요.
명랑하게 살고 싶습니다. 결국에는 성공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안개 같은 침울로 인생을 덮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도전을 합니다. 어제 했던 도전을 이어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가끔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제 직장 상사에게 보고했던 보고서는 후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달리기는 목표한 대로 5km를 원하는 시간 안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글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처음엔 실패할 것입니다. 글 중에 한두 편 정도 성공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한두 편의 성공을 위해 도전을 합니다. 그 약간의 성공으로 실패감을 떨쳐버리고 큰 만족감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실패로 인한 고통 속에서 소리 없는 오열을 하고 싶은 날, 달리기를 하러 나갑니다. 어쩌면 이게 제가 달리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뛰러 나가면 어떻게든 성공을 하거든요. 어제보다 느린 날도, 빠른 날도 있지만 그래도 완주를 해서 집으로 돌아오잖아요. 이는 두 다리와 심장은 아직 쓸만하다는 증거가 되고, 이 삶을 헤쳐나갈 강력한 힘이 됩니다. 이 작은 성공을 다른 성공으로 확장시킬 힘도 생기고요.
몇 가지 실패로 인해 인생이 무너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실패를 하고 살고,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살거든요.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고요. 이렇게 가끔 성공하고 그 찰나의 순간을 통해 행복과 살맛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을 사회적으로 정의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정의하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성공이라고 정의하면 성공이 되고, 그 성공으로 인해 오늘 하루는 명랑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열에 하나라도 성공한다면 기뻐하고 스스로 격려하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명랑함이 누적되면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도전으로 이겨낼 힘이 됩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