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작가 Jun 06. 2024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내려놓고, 펜을 잡았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쓴다고 엄청난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살면서 당장에 이익이 안되어 보이는 것을 이렇게 열심히 오랫동안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남의 글을 퍼다 나르는 사람이 되지 말자. 내 글을 쓰자.'라고 생각을 하고, 내 글을 쓰다 보니 밑바닥이 금방 드러난 느낌이었다. 책을 조금 읽긴 했지만, 엄청난 독서량은 아니었다. 살면서 꽤나 깊은 고민을 하면서 살았지만, 이를 글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부족한 독서량과 글로 표현하는 것의 약점을 보완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필사를 시작했다. 무엇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에서 시작하기에. 동네축구를 해도 잘하는 친구의 개인기를 따라 하면서 실력이 늘고, 공부를 할 때도, 1등 친구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려고 같은 학원이나 도서관을 다니면서 공부하지 않았던가. 그런 마음으로 필사를 시작했다. 작가들의 생각의 흐름을 내 손으로 느껴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들이 쓰는 단어와 언어를 내 손으로 써보고 마음속에 눌러 담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들 때즈음, 이웃의 블로그에서 필사책으로 필사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김선영 작가님의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라는 책이었다. 이어령 선생님, 김이나 작가 등 자신만의 글을 가진 분들의 좋은 문장들을 정리한 책이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따라 쓰기 시작했다. 그들의 언어적 표현에 감탄하면서, 그리고 미약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읽어보려 노력하면서..


그런데, 사람이 생겨먹은 건 잘 안 변한다고 했던가. 김선영 작가님이 모은 글들도 충분히 좋은 글이었지만, 무언가 나에게는 2% 부족한 느낌이었다. 내 상황과 내 마음을 강하게 이끌어주기엔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다시금 꺼내 들은 책은 '니체의 말'이었다. 이 책은 대학 때 처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생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나에게 강한 속삼임을 주던 니체의 말은 40을 바라보며 또 한 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나에게 강력한 빛이 되어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필사를 했다. 작년 11월부터 미라클모닝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 글을 쓰다 보니 미라클 모닝은 필수였다. 퇴근하고 저녁에 돌아오면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이 마음속에 뒤섞여서 회오리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집중해서 글을 쓰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아침시간을 선택했다. 일어나서 긍정확언과 함께 필사를 가장 먼저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나중에 필사를 하다가 작가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냥 나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에 매일매일 필사한 것들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사회적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월부터 계속 필사를 한 증거'가 여기에 있다. 

https://www.instagram.com/mingjaka/


모든지 '첫 00'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던가. 첫사랑, 첫 키스 등등. 나에게 필사는 하루를 시작하는 '첫 문장'이 되어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하루동안 수없이 지나치는 글자 속에서 이 필사문장은 나의 기억에 더 오래 남게 되었다. 그렇게 내 하루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곤 했다. 하루의 좌우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필사가 필사로만 끝나니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책도 그렇지 않은가. 그냥 읽고 덮어두면 휘발되기 마련이고, 나중에는 그런 책을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많은 시간을 들여 책을 읽었지만, 시간의 노력이 휘발되는 것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래서 니체의 말을 읽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글로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그의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써보기도 하고, 물론 그는 그런 의도로 이야기하지 않았겠지만, 대한민국 40대 즈음의 사람이 느끼는 니체의 말에 대해서 써보기도 했다. 크게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어서 나의 다짐을 쓰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런 글이 하나둘씩 모여가고 있었다. 그냥 매일 필사를 하고 글을 썼을 뿐인데, 덩어리가 되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