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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작가 Jun 30. 2024

작가 되려고 바디프로필을 찍다?

아직 책도 안 나왔지만 나름 예비작가라고 생각하면서 살며 글을 고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부터 느껴지던 작가의 이미지가 조금은 싫었다. 책이 가득한 방 한켠에서 비실비실한 몸으로 키보드를 쳐대는 이미지. 한숨만 푹푹 내시며 약골의 모습에서 글을 짜내는 모습. 그런 이미지의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 물론 이는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나의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건강한 몸매를 가진 작가도 많을 것이다.)


작가가 될 계획이 없던 1월부터 운동을 시작하긴 했다. 점점 운동을 안 하다 보니 작년부터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하루라도 일찍 더 늙기 전에 튼튼한 몸을 만들어 바디프로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익숙한 것만 하고 사는 인생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기에. 이전에 하지 않던 소위 '남사시려운 것'을 도전해 보는 인생을 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운동을 병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글 쓰는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운데 운동까지 하기에는 정말 하루가 부족했다. 그렇지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극 P의 사고방식에서는 의지가 생겼을 때 밀어붙여야 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어서 운동을 했다. PT를 따로 받을 시간은 없었다. 그냥 체육관에서 혼자 운동을 했다. 그래도 3개월 정도 운동을 하니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 어느 정도 포토샵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스튜디오에 전화를 했다. 책이 6월 즈음에 나올 것 같으니 5월 정도에는 바디프로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튜디오 사진작가님의 첫 질문은 이거였다. 


"복근 나왔어요?"

"네...? 어... 아직 조금..."

"복근 만들고 다시 연락 주세요"

"네..."(시무룩)


복근을 포토샵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만들면 티가 난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복근만큼은 만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복근운동만 집중적으로 한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복근운동만 집중적으로 하니, 또 한 달 전과는 달라진 몸매를 볼 수 있었다. 이번엔 호기롭게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날짜를 잡았다. 


사실 식단 같은 것은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PT선생님이 없었기에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일단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침이야 원래 먹지 않고, 점심은 정상적으로 먹고, 저녁은 닭가슴살만 먹었다. 이게 유일한 식단관리였다. 그것도 바디프로필 찍기 1주일 동안만 했다. 바디프로필 후기에서 대충 찾아본 나름의 정보들을 취사선택하여 내 편한 대로 식단을 했던 것이다. 


누군가 태닝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야 사진이 더 잘 나온다고... 그래서 급하게 태닝크림도 사서 촬영 며칠 전부터 발라대기 시작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다. 어느덧 촬영일자가 다가왔다. 


생각보다 바디프로필 촬영은 힘들었다. 운동하는 것보다도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바디프로필 포즈 잡는 것이 엄청난 힘을 요구했다. 몸에는 힘을 빡! 주어야 하지만,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걸 한 시간 정도 해야 하니, 온몸에서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하겠다고 한 건가란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이미 난 스튜디오에서 상체를 탈의하고 안타깝게 힘을 주고 있는 신세였다.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을 원했다. 작가님에게 빨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작가님은 의아했지만 그래도 내 강력한 요구에 응해주었다. 처음 몇 컷은 정말 어색했지만, 그래도 조금 지나니 익숙해져서 나름 순조롭게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다. 어색하고 낯선 첫 바디프로필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해보니 그래도 할 만했다. 


'글 쓰는 사람은 약골이다.'라는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한 나름 나만의 노력이었다. 그리고 어쨌든 이루어냈다. 무언가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이렇게 나에게 의미를 주는 행동인 것 같다.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도전한 이 바디프로필은 더더욱 철판을 깔고 나만의 글을 쓰는데 심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많은 분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남사시려운 것'에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 나의 그 착각 속에 빠져서 나를 옭아매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분명 그 '남사시려운 세계'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고 정신이 있다. 그리고 그 가치가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면 나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바디프로필 찍은 작가'라고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그거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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