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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작가 Jul 14. 2024

작가가 되려고 마라톤을 합니다?

달리기를 좋아하지도, 안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름 어렸을 때는 100m 육상선수 출신이었지만, 그건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전자의 영향이었지 큰 노력을 요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머니, 아버지가 남들에 비해 조금 운동신경이 좋으셨던 덕이었다. 오래 달리기는 내 주종목도 아니었다. 그리고 가끔 뛸 기회가 있었던 3km 달리기도 매번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점점 느려만지는 느낌. 하강하는 느낌을 나에게 주기에 마라톤은 정말 남들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가끔 친구들이 마라톤을 나간다고 하면 '돈 내고 왜 사서 그런 고생을 하지...'라며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다. 


글을 쓰면서 살기 시작한 지 10개월 정도, 무언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크게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을 지속해야 하는 느낌을 이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크게 쾌락적이지 않은 것을 매일매일 해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 때가 많았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걱정들이 나를 괴롭혔다. 


'이 글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이 시간들이 과연 가치 있는 시간일까?'

'성장하고 있기는 한 걸까?'


그런데 생각보다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뛰는 게 좋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그냥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구호로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같은 모임에 계신 분들이 마라톤을 뛰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10km 마라톤을 신청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10km는 뛰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10km를 뛰지?'라는 걱정을 하긴 했지만 뭐 안되면 걸어서라도 들어가겠지라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바디프로필을 찍고 나니, 한 달 정도의 연습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조금씩 뛰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3km 정도를 뛰었다. 이 정도는 예전에도 뛰어본 적이 있는지라 뛸만했다. 다음날에는 이보다 조금 더 뛰어보기로 했다. 3km의 심리적 장벽을 넘고 4km를 뛰었다. 속도는 둘째치고 뛰지 못할 줄 알았는데, 또 어떻게 뛰다 보니 뛰어졌다. 그다음 날은 5km를 뛰어보았다. 페이스는 별로지만 그래도 5km를 뛸 수 있었다. 


신기했다. 내가 5km를 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 놀라움에서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면서 뛰기 시작했다. 6km, 8km까지. 대회 전까지 10km를 완주하지는 않았지만 8km 정도를 뛰는 나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분명 성장하고 있었고,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빠르게 뛰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지구런 마라톤 대회 당일, 여의도에 갔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하러 모여들었다. 연령대도 다양했고, 목적도 다양해 보였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누군가는 친목을 위해, 누군가는 기록갱신을 위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이른 시간에 여의도에 모이고 있었다. 


처음이지만 잘 뛰고 싶었다. 10km를 40분대에 들어오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부터 사람들 틈을 요리조리 피해나가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2~3km 지점에서 한계가 오곤 한다. 그런데 10m 앞에 있는 누군가가 참 좋은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그냥 무작정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6~7km 정도까지는 그를 따라서 열심히 달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연습 때보다 더 좋은 페이스로 오랫동안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종기록 47:32.83을 기록했다. 40분대에 들어오자던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더 잘 뛸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또 달리고 싶어졌다.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마라톤 대회 이후에도 계속 뛰고 있다. 언젠가는 하프마라톤을 도전할 수도 있기에. 그리고 마라톤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너무나도 느꼈기 때문에. 


1. 머릿속이 단순해진다. 복잡한 고민들이 사라진다. 뛰고 나면 이다음에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가 정리된다. 

2. 매일 성장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이 성장의 느낌은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매일 하는 다른 것들도 성장할 수 있는 기대감을 준다. 

3. 건강해진다. 헬스장을 자주 가지 않아도 체지방률이 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체가 튼튼해진다. 

4. 그 힘든 것을 매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존경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게 된다. 

5. 집중이 잘 된다. 이 집중력은 분명 글쓰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크게 다치지 않는 한 앞으로 계속 달리기를 할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내 글도 같이 성장을 했으면 좋겠다. 


우연히 시작한 마라톤에서 나의 성장과 내 글의 미래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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