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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키 Oct 29. 2022

싱글맘의 상처받은 정서 회복에 반드시 ~ 하라!

싱글맘의 정서 회복 여행, 그 네 번째 계속


싱글맘의 상처받은 정서 회복에 간호 노트 하자!


단순한 나만의 경험에 더 설득력을 싣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던 중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저널 테라피'라는 것을 발견했다. 일기와는 살짝 다른 개념으로 심리치료사에 의해 개발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글쓰기 기법으로, 여러 가지 글을 쓰고 읽으면서 글쓰기 자체를 심리치료 수단으로 삼아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것이었다. 이 저널 테라피를 알고 난 후 나의 간호 노트에는 살짝 변화가 생겼다. 일기장처럼 써 내려가던 간호 노트에 좀 더 효과적, 효율적으로 정서 케어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덧댄 것이었다. 그 간호 노트 안에는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이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는 반전의 재료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현재에 대한 감사함,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들까지 함께 참여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더욱더 좋다.


대책 없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답이 아닌 것을 안다. 간호 노트를 작성하며 나 자신을 깊게 성찰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 상황을 대하는 나의 반응이 나의 하루 대부분을, 나의 삶 전체를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몫은 싱글맘이 되었든, 싱글대디가 되었든, 이혼하지 않았지만 이혼할 용기가 없어 무작정 참고 살든, 혹은 결혼 문제가 아닌 다른 어떤 문제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어떠한 형태로든 꼭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겨울을 어떻게 슬기롭게 지낼 것인가 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아이가 잠든 후에는 밤마다 그리고 새벽마다 간호 노트를 꺼냈다.


인간관계의 회복.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간호 노트를 작성하고 3개월쯤 지나서부터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가장 먼저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였는데, 별거 전 나는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각자의 분야에 대해 공유하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싱글맘이 된 이후로는, 싱글맘이 된 내 상황에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던지는 말들이 너무 불편하고 속이 상해서 새로운 사람들은 피하고 내가 편안한 사람들만 만나고 있었는데, 그제야 용기가 좀 생긴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사귀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바깥 활동은 직장생활 빼면 아이 하원 후 놀이터에서 이루어졌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친구들과 놀고, 나는 나대로 학부모들을 새로 사귀면서 동시에 둘의 사교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장 최적화된 장소였다. 몇 개월 후에는 놀이터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남편에 대해 물어오면 숨김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중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멘탈이 되었다.


"You Have Good Energy!"


매일같이 놀이터를 들락날락하다가 알게 된 미국인 부모가 있었다.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라 자주 마주치기 시작한지 한 달 남짓 되었을까, 어느 날 그 부모가 "You have really good energy."라고 나에게 말을 하길래. 몹시 궁금해졌다. 정서상 회복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때만 해도 일과 육아에 쫓겨 늘 육체적으로는 늘 피곤했기 때문인데 '피곤해 죽겠는데... 내가 에너지가 좋다고?'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나 매일 너무 피곤한데 에너지가 좋다는 얘길 들으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그러자 그는 내가 이쪽저쪽 거리낌 없이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절하고 활기찬 모습에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자신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타인이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때 더 확신이 들었다. 나의 긍정 에너지 밀물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닌 간호 노트라는 것을.


피부 가려움증이 사라지다


일과 아이 육아 문제, 경제적인 걱정에 나의 에너지 95% 이상을 쓰면서 당시에 참 자주도 아팠다. 감기, 장염 이런 것들은 원인이 있으니 시간만 지나면 해결이 되었지만,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피부 가려움증이었다. 조금만 잠을 덜 자거나 피곤해도 피부가 너무 가려워 밤에는 잠을 잘 수도 없을 지경이라 병원을 가보아도 특별한 원인이 없어 보습과 스테로이드만 쓸 수밖에 없었다. 좀 괜찮아져서 스테로이드를 안 바르면 며칠 뒤에 어김없이 가려움증이 올라왔다.


간호사란 직업 정신 때문인지 이런 문제가 있을 때는 문제의 원인을 모르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데, 원인은 알 수가 없었고 지나고 보니 모든 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가려움증은 간호 노트를 쓰면서 6개월 뒤 저절로 사라졌다. 그저 어느 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어? 안 가렵네 이제. 하고 말이다.


실제로 저널 테라피 효과를 찾아보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몸의 통증과 같은 신체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이렇게 나의 다음 계획은 자연스럽게 나같이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다른 싱글맘들의 정서 치유와 성장을 위한 액션 플랜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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