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정서 회복 여행, 그 세 번째
싱글맘 생활은 고되고 힘들다.라는 마취에서 깨어나 '싱글맘으로 살기 ㅈㄴ 편해요' 마인드로 살아가니 일상생활에서 어렵다고 생각했던 퀘스트들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혼자' 등원시키기, 이는 비단 싱글맘인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나에게는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한국에 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육아 고민이 비슷했다. 마취에 풀린 후, 다시 보니 심지어 본인 출근 준비에 상황에 남편과 눈치게임하느라 더블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보였다. 내 몸 하나만 챙기고 아이를 둘러업고 등원만 하면 되는 내 상황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또 놀이터에서 만난 엄마들이 남편 밥을 차려줘야 한다며 메뉴를 고민하고 시간에 쫓겨 밥하러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 생활이 더 여유롭고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가족이랑 공동체가 지닌 가치를 애써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나의 마인드셋을 최고로 긍정적인 패러다임으로 바꿈으로써, 내 상황을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잘 활용하여 재밌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괄목할 만한 점이었다. 그리고 싱글맘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그냥 그 상태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내가 성장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성장시키면 된다는 자연스러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들 덕분에 그 뒤로 하~~~ 나도 힘들지 않았다. 는 것은 거짓말이고. 적어도 '아.. 내가 혼자라서..' 하며 형태 없지만 한숨으로 뱉어내던 쓰레기 같은 망상은 적어도 없어졌다. 그로 인해서 그 시간들이 점점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져 나가는 생활에 너무 신이 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잊어버린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아이와의 관계였다.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수시로 명상을 하고, 계속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했지만, 그 과정에 아이와의 질 높은 관계 형성이 빠져있었다. 일단 기내 안내 방송대로 산소마스크를 엄마 먼저 착용하고 아이에게 채워줬는데, 그 후 아이를 심리적으로 안심시키거나 우리 둘 다 살아남아서 다행이고 사랑한다라는 그런 안심이나 공감의 메시지를 아이에게 주지 못했던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엄마가 혼자라서, 신경 못 써서 미안해하며 또 징징대며 울었을 텐데, 마취에서 깨어난 만큼, 이것 또한 우리가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믿으며 아이와의 수준 높은 상호작용을 위해 지금!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특별히 나와 아이의 관계에서 문제라고 할 일까지는 없었는데, 서로 힘들어했던 부분이라면 8개월째 아이가 아침마다 프리스쿨에 심하게 울면서 들어간다는 점, 학교에선 안 그러는데 나만 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떼를 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의 아이의 하루 생활을 분석해보니, 아침 기상 후 각자 등원과 출근, 하원 후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오면 난 저녁 식사 준비, 그동안 아이는 잠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티브이 시청, 그리고 샤워 후 아주 짧게 놀고 책 읽고 취침하는 일정이었다.
아무리 바쁘다지만 얼마나 삭막한 일정인가! 그 흔한 사랑 한단 한마디도 해줄까 말까 했다. 다시금 반성하고 아이와 애착을 가장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높여줄 방법을 찾아 익힌 후 시도했다. 늘 시작 전 아이에게 너와 나는 함께 이 즐거운 삶을 살아나갈 동반자이고 우리는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임을 인지시켜줬다. (주의할 점, 아이가 배우자를 대신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한 팀이라는 걸 나 스스로도, 아이에게도 알려주는 의미이다.)
"아들! 넌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사람이야. 엄마에게 와주어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너는 내 인생 최고의 동반자란다. 우리는 한 팀으로 서로 돕고 재미있게 지내는 거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사랑해."
라고 말해준 뒤, 아주 격렬한 몸놀이를 했다. 몸놀이를 하면서 서로 살을 맞대고 나의 사랑을 아이가 느끼고, 받은 사랑을 표현해내고, 그러면서 마음의 안정을 더 찾아가고, 나에게 받은 사랑도 고스란히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의 그릇이 커가는 것 같았다. 과학적으로도 몸놀이를 하며 전달되는 감각들은 뇌에 신호로 전달되어 생각, 감정, 행동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더 질 높은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랑 몸놀이를 하는 동안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또 아이가 언어지연이 있었는데, 두 세 단어만 붙여서 사용하던 아이가 몸놀이를 하며 문장을 사용하여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겨우 될까 말까 하던 핑퐁 대화도 몸으로 비비며 놀다 보니 가능해졌다. 실제로 일주일에 두 번 언어센터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일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는데, 아이가 단기간 내에 발전한 모습을 보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결정적으로 8개월째 울고 들어가던 아이가 몸놀이를 한 지 3주가 지났을까, 처음으로 울지 않고 "엄마 바이" 하고 들어가는 모습에 차 안에서 혼자 울었다. 지난 8개월 동안 전쟁 같았던 아침 등원 모습이 그려지면서 씩씩하게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그동안 네가 엄마와의 시간이 참으로 그리웠구나. 이제 드디어 엄마와의 정서적 채움이 만족스럽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울지 않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혼자서 생계와 육아까지 책임져야 하는 싱글맘들은 늘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생계와 문제들에 집중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싱글맘과 우리 아이의 정서 케어, 아이들과의 관계는 뒷전이 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의 관계는 시기를 놓치면 돌이키기가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에서 최우선으로 순위를 두고 케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치유가 필요한 대상은 나뿐만이 아님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