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언젠가 친구와 길을 걷다 부모님이나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둘 다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하여 막연하지만 큰 슬픔과 상실감을 가정하면서 공감했다. 그리곤 서로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논했다. 당연하게 존재하고 당연하게 사랑하는 존재가 갑자기 없다고 생각을 해보니, 인간관계가 살아가는 데에 큰 이유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 대화를 하며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바깥은 여름>은 7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단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다. 사랑하는 대상은 연인이 될 수도 있으며, 가족일 수도 있고,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대상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하는 주체가 변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변한다. 그중에서 사랑하는 대상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사랑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 되는 이유 중 가장 슬픈 게 아닐까.
왜 책의 제목이 <바깥은 여름>일까 고민을 해보았다. 이 책에 엮여있는 단편 소설의 제목 중 하나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깥은 여름"이라면 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내면은 춥고 황량한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부재할 때, 내면은 춥고 공허하지만 바깥, 즉 세상은 그런 내면을 알지 못하며 생기로 가득 찬 여름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느껴졌다. 슬픔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없으며 완벽하게 공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인 듯 아파하고 그 시간을 함께 할 때, 창문을 열어젖혀 바깥은 여름이란 걸 깨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소설을 왜 읽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시간 대비 삶에 주는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 역시 내가 마주한 현실에 적용해보면서 가치관을 성립해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작가가 묘사해놓은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 감정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느낀 생각이나 감정들이 나 혼자만 느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나만 특이한 게 아니었구나'하는 마음이 들 때 안도감을 느끼면서 더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바깥은 여름>은 2017년에 발행되었다. 현대소설이 주는 현실성이 좋다. 해외소설, 고전을 읽을 때와 또 다른 매력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마치 현재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사건처럼 느껴져 괜히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단편소설의 짧은 호흡 덕도 있었겠지만 현대소설이 주는 몰입감에 정말 빠르게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