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gle May 25. 2021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

「바깥은 여름」, 김애란


사랑하는 대상의 갑작스러운 부재


 언젠가 친구와 길을 걷다 부모님이나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둘 다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하여 막연하지만 큰 슬픔과 상실감을 가정하면서 공감했다. 그리곤 서로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논했다. 당연하게 존재하고 당연하게 사랑하는 존재가 갑자기 없다고 생각을 해보니, 인간관계가 살아가는 데에 큰 이유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 대화를 하며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바깥은 여름>은 7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단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다. 사랑하는 대상은 연인이 될 수도 있으며, 가족일 수도 있고,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대상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하는 주체가 변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변한다. 그중에서 사랑하는 대상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사랑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 되는 이유 중 가장 슬픈 게 아닐까. 



바깥은 여름, 내면은


 왜 책의 제목이 <바깥은 여름>일까 고민을 해보았다. 이 책에 엮여있는 단편 소설의 제목 중 하나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깥은 여름"이라면 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내면은 춥고 황량한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부재할 때, 내면은 춥고 공허하지만 바깥, 즉 세상은 그런 내면을 알지 못하며 생기로 가득 찬 여름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느껴졌다. 슬픔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없으며 완벽하게 공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인 듯 아파하고 그 시간을 함께 할 때, 창문을 열어젖혀 바깥은 여름이란 걸 깨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의미


 누군가는 소설을 왜 읽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시간 대비 삶에 주는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 역시 내가 마주한 현실에 적용해보면서 가치관을 성립해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작가가 묘사해놓은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 감정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느낀 생각이나 감정들이 나 혼자만 느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나만 특이한 게 아니었구나'하는 마음이 들 때 안도감을 느끼면서 더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바깥은 여름>은 2017년에 발행되었다. 현대소설이 주는 현실성이 좋다. 해외소설, 고전을 읽을 때와 또 다른 매력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마치 현재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사건처럼 느껴져 괜히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단편소설의 짧은 호흡 덕도 있었겠지만 현대소설이 주는 몰입감에 정말 빠르게 책을 읽었다. 




사진출처 : 임미나, "김애란 작가 "'너는 어느 편이냐' 묻는 불 두려워"", 연합뉴스, 2018.10.17, https://www.yna.co.kr/view/AKR20181017123200005

매거진의 이전글 많이 알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비로소 제대로 쓸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