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31. 죽마고우 : 어릴 때부터 함께 놀던,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놀던 옛 친구]
옆지기 친구들이 농원으로 모였다. 일손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점심을 준비하면서도 진짜로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옆지기는 친구들을 복숭아 밭으로 안내했다. 복숭아 적과 작업이 밀려 있는 일이었다. 친구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모자와 장갑을 챙겨 옆지기를 따라나섰다.
오전 두 시간 동안 우리가 종일 해도 못할 분량을 마무리했다.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는 것을 잘 못하는 옆지기가 얼마나 밀린 일에 부담이 컸으면, 친구들을 앞세웠을까 짐작이 되었다. 말수 적은 친구의 부탁이면 진짜 급한 일인가 보다 싶었을 것이다. 함께 땀 흘리며 일하고 내가 준비한 점심을 맛나게 드셔서 나도 좋았다.
얼마 전에는 내 고향친구도 그랬다. 바쁜 일손을 돕겠다고 더위를 무릅쓰고 블루베리 하우스에 들어와서 작업을 함께해 주었다. 땀을 흘리며 친구를 돕겠다는 그 마음이 고향에서 함께 자란 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친구란 그런 것이다. 어려울 때, 부탁할 수 있고,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친구들에게 그들이 어렵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도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진짜친구면 좋겠다.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농원의 농번기인 나날이 흘러가고 있다.
[25.6.1. 주도면밀 : 주의가 두루 미쳐 꼼꼼하고 세심하게 처리하는 것]
며칠째 복숭아나무에 열매솎기 작업 중이다. 새순이 자라서 햇볕을 가리고 있기에 전정가위를 대동하고 순 자르기도 함께해 주고 있다.
"아이고! 나뭇가지도 이발을 해야겠네요!"
둘째가 복숭아나무를 보며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서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고 칭찬해 줬다.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아래서 보는 시선이 달라서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겸손한 자세를 하면, 더 자세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다리에 올라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윗면까지 손을 넣어서 세심하게 솎기 작업을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취약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보다 더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를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내일모레로 다가왔다. 여러 가지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켜 우리나라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정치인들도 세심한 시선으로 곳곳을 들여다보며, 민심을 얻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권자이므로 반드시 올바른 선택으로 정의로운 나라를 내 손으로 만들어야겠다. (사전투표 마친 1인입니다.) 복숭아도 위에서 아래서 전방위로 살펴서 꼭 필요한 열매를 남겨서 건강한 열매로 키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25.6.2. 주경야독 :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비유하는 말]
연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원으로 향하고 있다. 둘째가 이른 시간에 동행하기 어려워 나만 먼저 출발해서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옆지기가 둘째를 챙겨서 다니는 곳에 보내고 농원으로 온다.
그 작은 열매를 언제 다 딸 거냐고 걱정해 주는 지인들이 많았다. 수확을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에 블루베리가 달려 있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지인들. 연일 3~4시간 밖에 잘 수 없는 상황이라 수면부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블루베리 수확과 복숭아 적과 후, 봉지 싸기......
비몽사몽~ 졸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깜빡 조는 틈에 블루베리 나무에 방울방울 달린 열매가 머릿속에 떠올라 농원에 있지 않아도 블루베리가 나를 따라다닌다.
그 와중에도 책 읽기와 글쓰기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내 삶이 어떤 형식과 내용의 글로 승화될 수 있을지 늘 고민인 가운데, 체력 소진 현상을 느끼고 있다. 농사를 짓는 연중 가장 바쁜 나날이 아닐까 생각된다. 블루베리와 복숭아를 수확하는 두세 달 동안의 수확기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25.6.4. 노심초사 : 마음을 쓰며 애쓰는 것이 매우 심하다는 뜻]
노을이 나타나는 시간까지 종일 복숭아밭에서 적과 작업과 순 치기 작업을 했다. 블루베리 하우스에 매달려 있는 동안 복숭아 새순이 무척 많이 자라서 열매를 모두 가리고 있었다.
방제력에 적혀있는 날짜대로 병해충 방제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기일을 놓쳤더니 열매에 세균병이 생긴 것이 많았다. 말수 적은 옆지기는 아예 입을 닫았다. 많이 굵어진 열매에 상처가 있으니, 따내면서 기운이 없다. 복숭아나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아이들을 카울 때도 그랬다. 엄마가 바빠서 아이들한테 조금만 소홀해도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아프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복숭아나무도 그렇다. 우리가 조금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다. 아이가 아팠을 때처럼, 복숭아나무의 상처를 보면서 우리도 많이 아프다. 늘 나무들이 탈없이 잘 자라나 주기를 바랐다. 열매에 상처가 생긴 것들을 모두 따서 소량만 매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긍정 마인드로 생각을 다잡는다. 열매를 많이 달리지 않으니, 전화위복으로 큰 열매가 열릴 것이라고~~~
[25.6.5. 점입가경 : 점점 들어갈수록 좋아지는 상황]
복숭아나무의 병해충 방제를 위해서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했다. 적과 작업이 마무리되지 안않았지만, 급하게 봉지를 싸야 하는 품종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봉지를 쌌다. 나무와 열매가 초록색일 때는 복숭아가 달려 있는 나무인 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하얗게 봉지를 싸 놓고 보지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봉지 속에 복숭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들 속에서 오늘도 일손 돕기를 위해 여러분이 오셨다. 봉지 싸기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일의 속도도 빠르고, 봉지 싸기도 정확하게 잘했다. 다 키워 놓았는데 점하나 때문에 따내야 하는 열매가 보이면 너무 놀라고 슬프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온갖 감정들이 밀려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일손을 도우려 오신 분들도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최소 6월 10일까지는 봉지 싸기를 마쳐야 된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나무에 매달린 하얀 봉지들이 복숭아나무를 입에 물고 다 함께 하늘로 비상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밭의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좋은 뜻의 사자성어가 요즘은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