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 비단풀
블루베리 화분에 풀을 뽑았다. 조금만 틈을 줘도 몰라 보게 자라나 있는 녀석들이다. 종류를 불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난다. 나무 가까이에 있는 풀을 놓칠라치면 어느새 나무의 키를 따라 잡기라도 하겠다는 듯 훌쩍 발돋움해서 우리를 또 놀라게 만든다.
작은 클로버라고 하면 좋을 만큼 클로버를 닮은 괭이밥은 참 지혜로운 풀이다. 뽑으려고 하면 '툭' 끊어져서 뿌리를 남겨 기어코 살아난다. 손을 흙속까지 깊이 넣어서 뿌리를 잡아 뺄라치면 단단히 흙속에 박혀 잘 나오질 않는다. 뿌리를 뽑아서 보면, 기다란 뿌리가 얇은 도라지쯤으로 보인다.
살살 흙을 제치고 줄기를 따라가 보면, 화분의 넓은 부위를 덮고 있다. 게다가 블루베리 뿌리를 감싸고 뻗어 있는 경우라서 함부로 뜯어내기도 조심스럽다. 그런 이유로 화분에 괭이밥이 늘 있고, 순식간에 빨리 퍼진다. 잎이 자잘할 때부터 씨를 만들어 퍼트리기 때문에 괭이밥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지혜롭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브런치 작가님이 괭이밥으로 효소를 담가
약용으로 먹는다고 했다. 풀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약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풀들이 반갑다고 지혜로운 말씀을 알려 주셨던 기억이 난다. 농원일에 매달리다 보니, 효소를 담그기도 쉽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그냥 풀로 보일 뿐이다.
효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난여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복숭아를 수확해서 선별하고 있을 때, 우리 농원 안쪽까지 들어가 강에서 다슬기를 잡던 한 아주머니가 물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고 했다. 우리가 복숭아를 따러 간 사이에 안쪽까지 들어갔던 모양이다.
"다슬기 많이 잡으셨어요?"
"얼마 없네. 누가 잡았는가."
"다슬기 며칠에 한 번씩 잡아가시던데요. 저쪽에서 잡으시더라고요."
우리 농원이 아닌, 반대쪽을 가리키며 말했지만, 아주머니는 내 속뜻을 못 알아차린 것 같았다. 마침, 우리는 새참으로 수박을 먹고 있던 중이었다. 큼직하게 잘라서 아주머니를 불렀다.
"수박 드시고 가세요."
수줍게 사양하시는 아주머니께 수박을 쥐여 드렸다. 올해 능주로컬 흑수박이 정말 최고로 맛있었다. 수박을 맛나게 드신 아주머니가 주차장 바닥에 있는 풀들을 보더니, 반갑게 달려들었다.
"여기, 비단풀이 지천이네!"
"이게, 비단풀인가요? 요새 많이 보이네요."
"비단풀이 몸에 얼마나 좋은데. 난 해마다 비단풀을 뜯어말려서 물 끓여 먹어요. 여기 제초제 안 했을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 초면에 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사람이다.
"제가 봄부터 내내 손으로 다 뽑았어요. 제초제 하면 노랗게 죽어가는 모습 보기 싫잖아요. 그래서 허리랑 무릎이 맨날 아파요. 풀 뽑아도 또 올라오고 진짜 끝이 없네요."
이렇게 처음 보는 아주머니랑 반시간 족히 비단풀의 다양한 효능과 한껏 자랑하는 가족사에 대해 듣고 앉아서 풀을 뜯었다. 이제 되었다는 듯 아주머니가 일어서며 말했다.
"이리 주시오!"
"뭘요?"
난 정말 영문을 몰랐다.
"비단풀."
"비단풀 안 뽑았는데요? 저는 다른 풀 뽑았어요."
"나는 비단풀 뽑아 주는 줄 알았어."
아니, 이게 무슨...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도 아니고, 내가 친절은 하지만, 그렇게 까지 천사는 아니라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세상에 참 이렇게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남의 농원을 가로질러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몸에 그렇게도 좋다는 비단풀을 내 손으로 손수 뜯어서 바치기까지 할 정도의 오지랖은 정녕 아니다. 주차장의 풀이 늘 나를 괴롭히는 주범이라서 아주머니가 비단풀을 뽑을 때, 이때다 싶어서 다른 풀들을 최대한 열심히 뽑았던 것이다.
그런 마음 다 접고, 웃으며 잘 가시라고 인사했더니, 차까지 갔던 아주머니가 무언가를 들고 다시 오셨다.
"복숭아 좀 사가려고요."
이렇게 다슬기 아주머니한테 복숭아를 팔았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다슬기를 잡으러 왔고, 비단풀을 뽑아갔다. 복숭아도 물론 여러 차례 사갔다. 알고 보니, 참 부지런하고 좋은 분이셨다.
* 괭이밥은 괭이밥 과에 속하는 다년생초, 남아메리카와 호주, 북아메리카 등이 원산지니다. 산이나 들, 빈 터에 서식하며, 크기는 약 10~30cm이다. 식재료로 사용할 때에는 어린잎을 나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효능 :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면역력 증진, 소화 개선, 항산화 성분, 해독 효과와 중금속 배출
먹는 법 : 나물, 샐러드, 스무디, 수프, 볶음, 꽃차
* 비단풀은 단순히 들풀로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은 다양한 약리 성분을 지니고 있어서 예로부터 여러 병증에 활용되었다.
효능 : 해열과 해독작용, 간 건강 개선, 소염항균작용, 이뇨 및 신장 건강, 위장 건강, 해충이나 뱀에 물렸을 때 응급약
먹는 법 : 차, 즙, 나물, 외용(찧어 바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