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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온 가을

by 민휴


세종사이버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10주 과정 세작교 동화창작클래스 수업을 들었다. 매년 여름이 치열했던 이유 중 하나가 세작교 수업이었다. 문창과라서 글쓰기 실전 편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글을 써서 제출하고 합평을 한다. 지도 교수님의 피드백까지 더해져 내 글을 다듬고 퇴고를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3학년으로 편입했던 첫 해는 에세이, 시, 동화 이렇게 세 과정을 신청해서 듣느라고 거의 정신이 없었다. 자기 글을 써서 제출하는 것도 바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분석해서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글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주 3회 줌 수업을 두 시간 반정도 진행했는데, 어떻게 그 시간을 참여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두 번째 해에는 에세이와 동화만 들었었고, 올해는 동화만 신청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변호사도 되었겠다!"


"엄마! 변호사보다 작가가 더 좋아요."


어렸을 때, 하도 재잘거려서 커서 변호사 되려나 보다고 기대를 했었다고 한다. 그랬다는데 변호사는커녕, 지금은 농사짓는다고 종일 들일을 하고, 밤마다 잠도 못 자고 글쓰기 공부한다고 하니, 친정 엄마가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도 한마디를 더 얹는다.


"학교 다닐 때는 언제 공부할 틈이나 있었냐. 형제들 뒷바라지하느라..."


내가 무어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엄마가 정답을 맞히듯 스스로 말을 잇는다. 올해 세작교는 농원일이 갈수록 바빠져서 틈을 내기 어려울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한 과목이라도 신청해서 듣고 싶어서 기어코 신청했던 과목이 동화였다. 동화는 그나마 아주 절친인 글동무 두 분과 매달 한 편씩 써서 합평했던 글이 있어서 모두 바쁜 우리들이 서로 부추겨서 함께 수업을 들었다.



수업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네 명 말고도 여덟 명의 젊은이들이 더 있었다. 젊은 친구들은 어찌나 야무지던지 합평도 잘하고 글도 잘 써서 주눅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글을 보는 눈도 좋고, 소재를 찾아오는 아이디어도 기발했다. 내가 괜히 인원수만 맞추러 나와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기진맥진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었다. 없는 힘을 쥐어짜서 글을 썼고, 학우들 글을 읽고 분석해서 발표했다. 동화창작만 네 번째 합평 수업이었는데, 이번 기수들이 최고였고, 많이 배웠던 수업이었다.



수업이 마무리되어 갈 시점에는 합평반원들이 정이 들어서 많이 배웠다. 끝나는 것이 아쉽다, 다시 만나자 등의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이번 수업은 지난 수요일이 마지막 수업이었다. 글 잘 쓰는 젊은 학우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행운이고, 좋아하는 동화작가이자 교수님의 강의와 피드백도 최고였다. 학우들의 글과 댓글, 각 세 편씩 제출한 동화 합평으로 서른여섯 편의 동화와 함께했던 10주가 마감되면서, 치열했던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성큼, 내게 와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은행나무 아래 누우면, 은행알은 더 굵어졌고, 더 노랗게 변했다. 강물 위로 물고기가 튕겨 올라오고, 기차라도 지날라치면, 강가의 가을물이 든 갈대를 흔들며 지나는 바람에도 가을이 묻어있다. 벌써, 밤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제법 알이 차 있었다. 대추도 굵은 열매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느껴지는 공기도, 블루베리 나무도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보여서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부터는 세작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합평받은 글들을 수정해야 한다. 겨울에 다시 시작될 단편동화창작반 수업에 대비해서 책도 열심히 읽고, 동화 소재를 찾아 미리 써 보면 더욱 좋겠지, 참신한 글동무들과 함께 이 가을을 또 알차게 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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